고위험 산모 지키는 수호천사, 양정인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초산 평균 나이 늦고 시험관 늘며

고위험자 증가에 의료소송 부담감

“의료진 이탈 막는게 급선무”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 도맡아

“적자여도 공공의료 실천, 감사한 마음”

2024 아주대의료원 소식지에 소개된 김형채씨의 사연. 그는 인터뷰에서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난 사람으로 양정인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언급하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아주대병원 제공
2024 아주대의료원 소식지에 소개된 김형채씨의 사연. 그는 인터뷰에서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난 사람으로 양정인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언급하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아주대병원 제공

양정인 아주대학교 산부인과 교수가 지난 7일 제53회 보건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는 지난 33년간 고위험 산모와 그 곁의 가족을 위해 밤낮없이 병원을 지키고 있다.

1992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을 딴 양 교수는 ‘엄마를 지키는 수호천사’로 살고 있다.

그는 “실습 중 분만실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걸 봤는데 정말 감격스러웠다”며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기쁨과 감동이 교차하는 순간의 연속인 출산. 그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 산부인과를 택한 양 교수는 고위험 산모를 다루는 모체태아의학으로 전공을 좁혀갔다.

그 길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고위험 산모는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장애를 지닌 산모나 기저질환을 앓는 임산부가 늘어나며 진료까지 더욱 복잡해졌다.

이런 이유로 전공의 지원도 매년 줄고 있다고 한다. 양 교수는 “요새는 산부인과를 전공하겠다고 하면 다들 뜯어말리는 분위기”라며 “24시간 대기해야 하고 수술도 많고 의료소송 위험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고위험 산모를 전담하는 의료 인력은 전국에 100명 남짓이다.

양 교수는 “전담 의료진이 부족해 24시간 운영하지 못하는 고위험 산모 치료센터가 많다”며 “아주대병원은 4명의 전담 의사가 있고, 24시간 산모를 받고 있어 위급한 환자가 전국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고위험 산모 전문의 중 다수가 5년 내로 정년 퇴직을 앞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양 교수는 “현재로서는 고위험 산모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이고 분만 중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늦은 결혼으로 고위험 산모 비율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양 교수는 “초산 평균 나이가 33세를 넘었다”며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고혈압, 당뇨, 갑상선 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을 앓는 채로 임신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임신성 당뇨, 전치태반, 조산율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경우가 늘며 조산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다태아의 조산 확률은 쌍둥이가 60%, 세쌍둥이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양 교수가 고위험 산모 치료를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양 교수는 지난 1994년 간암 산모의 출산을 도왔던 일을 꺼냈다. “복수가 차서 숨도 잘 못 쉬는 산모였어요. 그 산모가 출산 전 아이를 위한 작은 신발을 준비하더라고요. 신발은 상징적인거잖아요. 아이가 땅을 밟고 스스로 우뚝 설때 신체를 보호해주는거니까요. 세상을 헤쳐나갈 아이를 위해 엄마가 줄 수 있는 최후의 선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오래도록 생각했고 그때부터 ‘엄마를 지키는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죠.”

그렇게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주대학교병원은 지난 2021년 경기지역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문을 열었다. 양 교수는 센터장으로 일하며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홈페이지를 통해 장애 및 고위험 산모를 위한 산전후 관리 매뉴얼을 공유하는 등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에도 힘써왔다.

“센터가 병원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죠. 늘 적자니까요. 아주대병원이 공공의료를 실천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센터를 보물처럼 생각해주는 아주대병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경기도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양 교수는 센터에서 함께하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산부인과 교수, 간호 인력 등 모두가 함께하기에 센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최근 표창을 수여한 것도 모두가 힘을 합해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후배들이 힘들어도 이 길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2028년 2월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때로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농담도 하죠. 하지만 그때까지는, 언제고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거예요. 엄마와 가정을 지키는 수호천사로서요.”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