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경찰에 감정 결과 전달

구조검토 없이 런처 운용…

55m 불안정 DR거더 영향 줬을듯

28일 오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5.2.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8일 오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공사 교량 상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5.2.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구간의 교량 붕괴사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런처 장비를 안전성 검토가 부족함에도 불안정 상태인 DR거더 위에서 운용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냈다.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은 23일 국과수로부터 “백런칭에 대한 ‘구조 검토 없이’ 런처가 거동하는 과정에서 불안정 평형이 파괴돼 DR거더와 런처가 전도됐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했다고 23일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구조 검토’란 수학적 계산을 통해 구조물의 하중 등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사고 현장에 사용된 DR거더는 안전성이 보장된 최대 길이 보다 긴 55m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사고는 거더 인양 및 설치 장비인 ‘빔런처’를 후방으로 빼내는 ‘백런칭’ 작업 중 발생했다. 해당 빔런처는 전방 이동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전진형’으로, 교각 위에 레일을 설치해 앞으로 나아가며 가설한다.

전진형 빔런처는 일정 거리를 지나면 레일이 아닌 교각 위에 올려져 있는 거더를 밟고 이동해야 하며, 특히 후방으로 빼낼 때는 거더를 밟는 것이 불가피하다.

결국 불안정한 거더 위에 사용되는 런처의 안전성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운용하다가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앞서 경인일보는 사고 교량에 반영된 DR거더가 최대 50m 길이를 넘겨 55m까지 사용되면서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해 단독 보도했다.

길이 102m, 무게 400t에 달하는 이 장비가 공사 진행 과정에서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된 대형 구조물인 거더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교량에 상판이 얹어지고, 거더와 거더가 완벽히 연결돼야 안정적 상태지만, 사고 당시는 거더만 올려져 있는 등 불안정한 상태였다. 여기에 구조적 검토가 부족한 런처의 백런칭이 불안정한 거더를 건들면서 평행이 깨진 것이라는 게 국과수 분석의 요지”라며 “국과수 결과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이며 설계, 거더의 구조적 안전성, 시공 당시의 문제점 등 여러각도에서 다양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국토교통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유관 기관의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수사에 참고해 향후 최종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월 25일 오전 9시 49분께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청룡천교 건설 현장에서 거더가 붕괴하는 사고가 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