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의 한 파충류 사육장에서 난 불로 도마뱀 900여마리가 폐사한 가운데 플라스틱 성분의 사육장 ‘렉사’가 불에 녹은 채 방치돼 있다. 2025.4.20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지난 17일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의 한 파충류 사육장에서 난 불로 도마뱀 900여마리가 폐사한 가운데 플라스틱 성분의 사육장 ‘렉사’가 불에 녹은 채 방치돼 있다. 2025.4.20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최근 경기지역의 한 파충류 사육장에서 난 불로 도마뱀 900여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4월18일자 인터넷보도)한 가운데 동물보호법상 영업장 규제를 받지 않는 파충류는 렉사를 활용한 밀집 사육이 빈번해 화재 발생 시 동물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시 파충류 사육장서 불… 인명피해는 없어

고양시 파충류 사육장서 불… 인명피해는 없어

명을 동원해 신고 접수 50여분 만에 불을 모두 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https://www.kyeongin.com/article/1736716

2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7시24분께 고양시 구산동의 한 파충류 사육 작업장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19대와 소방관 등 인력 44명을 동원해 신고 접수 50여분만에 불을 모두 껐다. 이 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도마뱀 약 900마리가 폐사했다.

화재 사흘 뒤 찾은 현장에는 불이 났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온도변화에 취약한 파충류를 밀폐공간에 키우는 사육장으로 알려진 서랍장 형태의 ‘렉사’가 빽빽히 놓여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렉사의 벽면이었던 플라스틱은 녹아내려 있었고, 먹이를 놓은 것으로 보이는 접시가 불에 그을린 채 남아있었다. 사육칸 내부에는 새끼손가락 크기의 도마뱀 사체도 보였다.

동물보호법은 개·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생산·판매 등 영업하는 사업장의 경우 관할 지자체에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장은 동물의 생태적 특성에 맞는 채광과 환기 등의 시설기준과 적정한 관리 인력 수를 맞춰야 한다. 이와 별개로 관련법상 화재안전기준에 적합한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할 의무도 진다.

지난 17일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의 한 파충류 사육장에서 난 불로 도마뱀 900여마리가 폐사한 가운데 사육장 렉사 사이로 먹이를 줬던 그릇이 남아있다. 2025.4.20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지난 17일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의 한 파충류 사육장에서 난 불로 도마뱀 900여마리가 폐사한 가운데 사육장 렉사 사이로 먹이를 줬던 그릇이 남아있다. 2025.4.20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그러나 파충류는 반려동물이 아닌 야생동물에 해당해 별도의 영업장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좁은 공간에서 보다 많은 파충류를 사육하기 위해 렉사를 촘촘하게 설치해 두는 경우가 많고, 불이 났을 때 동물의 피해가 커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지난 2023년에는 부천시의 한 파충류 판매점에서 불이 나 렉사에 전시돼 있던 비단뱀 등 파충류 수백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야생동물 영업장도 지자체에 허가를 받도록 개정된 ‘야생생물법’이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반려동물과 달리 가축화되지 않은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남아있다. 환경부는 표준 렉사 규격과 상주관리책임자를 두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야생생물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주 중으로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파충류도 포유류처럼 복잡한 사육환경 등 복지가 필요한데, 렉사는 단조로운 환경이라 지양해야 한다”며 “파충류는 가축화되지 않아 기본적으로 사람과 같은 환경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동물이 아니다. 파충류의 사육 환경에 대해서는 더 정교한 복지 기준이 필요하고 사육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