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이달 말에 종료할 예정이던 유류세의 한시적 인하조치를 오는 6월 30일까지 2개월 더 연장하되 인하 폭은 축소하기로 했다. 22일 기획재정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5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유류세 인하조치는 2021년 11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을 때 도입한 이후 4년 동안 총 15차례 연장되었다.
이번 조치로 휘발유 인하율은 당초 15%에서 10%로,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는 기존의 23%에서 15%로 축소된다. 다음 달부터 휘발유는 리터 당 738원, 경유는 494원씩 유류세가 부과되어 휘발유 가격은 지금보다 리터 당 40원, 경유는 46원 인상되고 LPG 부탄은 17원 오른다. 고환율과 고물가 등을 고려해 인하시기를 더 연장했지만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세를 반영해 인하 폭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관세전쟁 격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의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가격도 9주 연속 동반 하락했다.
3년 연속 ‘세수 펑크’ 우려는 또 다른 고민이었다. 기재부는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수를 15조1천48억원으로 책정했다. 4월말 유류세 인하 일몰을 전제로 편성한 수치인데 이번의 인하 2개월 연장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당초 계획만큼 세금을 거둬들이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유류세가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3대 세목(부가가치세, 법인세, 근로소득세) 다음으로 큰 세수항목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체감 유가가 여전히 높은 데다 유류세 인하 폭까지 축소한 탓에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고환율이 유류 수입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설상가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의 생산자물가지수는 120.32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유가 하락으로 생산자물가는 떨어졌지만 계란, 물오징어, 게 등 일부 축산물과 수산물 품목이 큰 폭으로 오른 때문이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어 조만간 서민들의 먹거리 물가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2차 추경예산 편성을 거론할 정도이다. 두 마리 토끼(물가와 재정)를 잡으려는 한덕수 과도정부의 한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