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수갑·포승줄 채워 공항 이송
의사 확인 안돼 무산… 독방으로
시민사회 “출국 종용·인권 침해
출입국법 개정 시행 앞두고 무리”
송환 확인 활동가들 강제연행도

출입국관리법 개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법무부가 외국인보호소에 장기 구금 중인 난민신청자를 강제 송환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주인권단체들은 제도 시행 전 송환은 보호 연장 심사권을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반발했고, 23일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서 호송차량을 막으려던 활동가들과 경찰 간 충돌까지 벌어졌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는 전국 60여 개 이주인권단체가 모여 강제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개정법 시행으로 보호해제 대상이 되는 사람을 먼저 내쫓으려 한다”며 법무부에 재발 방지 등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배경엔 나이지리아 국적 난민신청자 A씨 사례가 있다. 최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20개월 넘게 구금돼 있던 40대 A씨가 본인 동의 없이 공항으로 이송됐다. 머리에 보호대가 씌워지고 손과 무릎에 각각 수갑과 포승줄이 채워진 상태로 출국장에 도착했으나, 항공사 직원의 ‘본인 의지로 탑승하는 것이냐’는 반복된 확인 질문 끝에 송환은 무산됐다. 현재는 보호소 내 독방에 격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아정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시민모임 ‘마중’ 활동가는 “A씨는 본인의 동의 없이 공항으로 이송됐다가, 송환이 무산된 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독방에 격리됐다. 그가 손으로 적은 메모에는 ‘나는 죄가 없다, 억울하다’는 절박한 심정이 담겨 있었다”며 “보호소는 범죄자를 격리하는 감옥이 아니다. 지금 이 행정은 사람을 보호하는 게 아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인권을 방치한 채 책임만 회피하려는 구조적 폭력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개정안은 외국인 보호 기간을 9개월(난민신청자는 최대 20개월)로 제한하고 보호 연장 시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독립 심사를 의무화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단체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자진출국 종용과 동의 없는 여행증명서 발급 등 사실상 강제송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민사회는 법무부가 반복적으로 인권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행정을 집행한다고 지적해왔다.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신청자 아미노(38)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파주시의 한 공장에서 출입국 단속을 피해 기계 안에 몸을 숨겼으나 돌연 기계가 작동되며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 도중 법무부 호송버스가 정문을 빠져나가려 하자 참가자들이 차량을 가로막은 가운데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활동가들은 버스 안에 송환 대상자가 있는지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다수가 찰과상 등을 입었으며, 이중 1명은 구급차로 이송됐다. 활동가 2명은 수갑이 채워진 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화성서부경찰서로 이송됐다. 당시 현장에는 미성년자들도 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정치권에서도 법무부와 경찰의 무리한 공권력 집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성명을 발표하고 “집회 참가자에 대한 폭력적 체포를 강력히 규탄한다. 아울러 강제송환은 난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정부는 연행된 2명의 활동가를 즉시 석방하고, 강제송환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