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는 안 잡혀… 국과수 의뢰
공군기지·공항 등 수천장 찍어

한미 군사시설과 주요 국제공항 인근을 돌며 다량의 사진을 촬영한 10대 중국인 고등학생들이 무전기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무전 도청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수사당국이 해당 무전기의 성능과 특성, 용도를 확인하고 있다.
24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10대 중국인 A씨와 B씨는 적발 당시 무전기 2대를 갖고 있었다.
해당 무전기는 전원이 켜지는 반면 주파수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무전기가 군 시설이나 장비 등에서 오가는 무전을 도청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두 사람이 소통하기 위해 준비한 것인지 등 구체적인 소지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A씨와 B씨는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함께 입국했으며, 국내로 들어온 직후부터 각자 1개씩 망원렌즈가 장착된 DSLR 카메라 2대와 휴대전화를 가지고 한미 군사시설과 주요 국제공항 부근을 돌아다니면서 다량의 사진을 촬영했다.
이들이 방문한 곳은 수원 공군기지, 평택 오산 공군기지(K-55), 평택 미군기지(K-6), 청주 공군기지 등 한미 군사시설 4곳과 인천, 김포, 제주공항 등 주요 국제공항 3곳으로 확인됐다.
촬영한 사진은 이·착륙 중인 전투기와 관제시설 등으로, 분량이 수천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달 22~23일 차례로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출국 직전인 지난달 21일 수원 공군기지 부근에서 촬영 중 수사당국에 적발됐다.
수사당국은 A씨와 B씨의 그간 행적 조사는 대부분 마무리 지었으며,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촬영한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전송하는 등 유포한 행위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또한 A씨가 “부친의 직업은 공안”이라고 진술한 점을 고려해 A씨의 아버지를 비롯한 누군가가 범행을 지시했는지 여부도 계속 파악하고 있다.
최종 수사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A씨와 B씨의 출국 정지 조치를 유지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평택 오산 공군기지 부근에서 군용기를 무단으로 촬영한 중국인 2명이 적발됐다가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귀가 조치되는 일도 있었다.
부자(父子) 관계인 이들은 지난 2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적발돼 경찰과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의 합동 조사를 받고 대공 혐의점이 없어 불입건 된 바 있는데, 불과 이틀 만에 또다시 무단 촬영에 나선 것이다.
이들 역시 사진 촬영 동기에 관해 “취미 생활”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