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전경. /경인일보DB
수원지법 전경. /경인일보DB

병원에서 신문지에 싼 흉기를 소지한 채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혼잣말했다가 1심에서 특수협박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5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김희석)는 50대 A씨의 특수협박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12월 경기도의 한 정신과의원에서 신문지에 말아 놓은 흉기를 대기실 선반 위에 올려놓고 피해자 간호사 B씨와 환자들에게 “여기에 들어있는 게 뭔지 아느냐. 흉기다.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말하며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약물 처방을 거절당한 것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피해자에게 신문지에 쌓인 흉기를 보여준 사실, 혼잣말로 ‘교도소에 다녀왔다’라는 등 중얼거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협박에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유죄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사건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 증거로는 피해자 B씨의 진술이 유일한데, 피해자는 원심(1심) 법정에서 ‘협박을 가한 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피해자와 환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는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의 원심법정 진술과 사건 전후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협박죄 성립에 요구되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