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8일 21대 대통령 선거일을 공고한 이후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일을 공고하면서 불출마 선언을 했던 것과 대비된다. 한 대행의 출마설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이유이다.
지난 26일 국민의힘 4자 토론회에서 경선 후 한 대행 차출론에 대해 안철수 후보를 제외하고 김문수, 한동훈, 홍준표 후보는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갤럽의 여론조사(23~24일, 만 18세 이상 남녀 1천4명 대상)에서 한 대행의 출마에 대해 응답자의 54%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불과 29%만이 ‘무소속 출마 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대행은 아직까지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본인 스스로 출마 쪽으로 기울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여권 지지자들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적할 후보로서 한 대행을 꼽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이지만 한 대행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높고, 지지율도 국민의힘 후보들을 압도하는 상황도 아니다.
게다가 한 대행은 탄핵된 윤석열 정권의 유일한 국무총리로서 계엄과 탄핵의 공동책임자다. 계엄을 막지 못한 책임뿐만 아니라 윤 정권 실정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한 대행의 출마설은 국민의힘 경선에 대한 관심을 흐리고 주목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과 제3지대의 빅텐트를 구상해야 승산이 있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격차가 큰 이유는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지 못하고 계엄과 탄핵에 대해 국민 일반의 생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행의 출마는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실익도 없다. 정치공학으로 볼 때 한 대행이 출마를 강행하려면 출마에 대한 긍정 여론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대등한 게임을 벌이려면 지금이라도 탄핵 반대 입장에 대한 기존의 태도를 바꾸고 파면된 윤 전 대통령과도 결별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한 대행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