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등재 희귀질환 41개 불과
경제적 부담에 치료 희망 좌절
투약 중단후 등재만 기다리기도
전문기관은 서울 등 지역 편중
광주시의 한 난치병 환우 가정에서 모자가 숨지는 일(4월27일자 인터넷판 보도)이 벌어진 가운데 약값 부담, 전문기관 부족 등으로 난치병 환우와 가정이 짊어지는 부담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요구된다.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1일부터 올해 3월1일까지 건강보험(건보) 급여 목록에 등재된 희귀질환 치료제는 41개에 불과하다. 1년에 4개가량이 새로 건보 혜택을 받은 셈이다. 전신근육이 점점 약화되는 척수성 근위축증에 사용되는 치료제의 경우 급여 목록에 올라가는 데 792일이 걸렸다.
건보에 등재된 치료제는 비용의 약 90%를 건보에서 부담하지만, 이 같은 혜택을 누리는 희귀질환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환우들의 설명이다. 약값이 부담돼 투약을 중단한 채 급여 등재만을 기다리는 환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치병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우회 관계자는 “건보 급여 목록에 없는 약물 중 하나는 가격이 850만원에 달한다.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를 보더라도 비용 부담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환자들은 희망을 가졌다가도 경제적 부담으로 좌절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희귀질환 전문기관이 편중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희귀질환 진료 지원 체계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 전국 17곳을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지정했다. 서울은 4곳(삼성서울병원·서울대학교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이 목록에 올랐지만, 경기도는 2곳(아주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에 불과하고, 이마저 모두 남부에 위치해 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관계자는 “희귀질환 중 치료제가 있는 질병은 5%에 불과한데, 이마저 건보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인색한 일”이라며 “보편적이지 않은 병이라는 이유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평생 치료가 어려워 고충을 겪는 난치병 환우 가정이 치료 부담이라도 덜 수 있도록 관련 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환우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