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 막힌 행정… 기지밖 길 마련해야

 

SOFA 의거 국내법·조례 예외

市, 기지반환 미룬 국방부 책임

범시민대책위, 무기한 1인 시위

미군부대와 산으로 둘러싸여 일반 차량의 이동이 어려운 ‘육지 속 섬’ 동두천시 걸산동은 군부대를 통과하는 신규 통행증 발급이 제한된 탓에 직접적인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걸산동 마을 진입로에서 바라본 미군 캠프 케이시 입구. 양쪽 모두 통행증이 없으면 산길을 넘어가야 시내로 나갈 수 있다. 2025.4.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미군부대와 산으로 둘러싸여 일반 차량의 이동이 어려운 ‘육지 속 섬’ 동두천시 걸산동은 군부대를 통과하는 신규 통행증 발급이 제한된 탓에 직접적인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걸산동 마을 진입로에서 바라본 미군 캠프 케이시 입구. 양쪽 모두 통행증이 없으면 산길을 넘어가야 시내로 나갈 수 있다. 2025.4.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미군의 통행 제한으로 생활권이 제약된 동두천 걸산동 주민들은 여러 차례 이런 상황을 하소연했지만 해결은 요원했다. 동두천시는 물론 경기도나 국방부도 주한미군의 행정을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봤기 때문이다.

캠프 케이시가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기지 통행증 신규 발급을 중단한 것은 보안 문제 때문이다. 미군 기지 건설로 거주지를 옮긴 기존 주민은 예우 차원에서 통행증을 제공했지만, 신규 전입자까지 무제한 허락할 경우 출입 인원 통제 등 기지 보안에 문제가 생긴다는 판단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신규 발급 중단 사유를 묻는 질문에 주한미군사령부 측은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양국의 장병 및 민간인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기지사령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주민이라는 이유로 기지 출입을 허용하는 것은 작전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두천시와 경기도에서도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고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캠프 출입은 주한미군 규정을 따르는 사안이라 시나 도에서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주한미군기지는 한·미 행정협정(SOFA)에 의거해 국내법이나 조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다.

주한미군 공여지를 관할하는 국방부마저 주한미군사령부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지 통행증 발급 권한은 주한미군사에 있기 때문에 국방부가 따로 소통하긴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한미군의 호의에 기대지 말고 기지 밖에 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기 상황 시 마을을 오가는 길이 없어 발빠른 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어서다. 현재 동두천시 경찰과 소방 모두 기지 출입이 제한돼 걸산동을 관할하는 지구대는 임도를 통해 마을을 순찰하고 있다. 다만 화재 등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미군의 협조를 구해 기지를 건널 수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걸산동 주민 A씨는 “얼마 전부터는 기존 주민들의 통행증 갱신에 드는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며 “허가증 이용이 점점 까다로워진다면 기지 밖에 주민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두천시는 국방부에 해결을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정부는 돌연 캠프 케이시의 잔류를 밝혔다”며 “캠프 밖에 길을 마련해야 한다면 기지 반환을 미루고 있는 국방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주민들은 한시라도 빨리 해결책이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 ‘동두천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부터 캠프 케이시 앞에서 무기한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마주영·오연근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