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지명 ‘제정 원칙 위배’… 헛심 공방되나

중구·서구 ‘제3연륙교 명칭’ 갈등

정부기준 어긋나 배제 가능성 높아

두 명칭서 정하려면 ‘區 합의’ 전제

‘고덕토평대교’ 사례… 중재안 예상

인천 영종도와 청라국제도시를 잇는 제3연륙교 명칭을 두고 중구와 서구가 팽팽히 맞서지만, 정작 각 지역이 희망하는 명칭은 지명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모두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정한 지명 제정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명’은 도시·마을이나 행정구역, 자연 지형(강, 산, 바다, 호수 등)은 물론 인공구조물(댐, 공항, 고속도로 등)에 붙이는 이름까지 포함한다. 하나의 장소 또는 구조물에 두 개 이상 이름이 붙거나, 다른 장소에 같은 이름이 사용되는 등 혼란을 막고자 정부는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근거해 지명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한 ‘지명 표준화 편람’을 보면, 2개 이상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역에 해당하는 지명은 해당 지자체 간 합의로 결정한다. “1개 지방자치단체에만 해당하는 지역 요소를 적용함으로써 분쟁을 발생시킬 소지가 있는 지명은 배제한다”고 돼 있다. 또 해당 지자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성을 반영한 지명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구의 ‘영종하늘대교’와 서구의 ‘청라대교’ 모두 지명 제정 원칙에 어긋나는 셈이다.

만일 영종하늘대교나 청라대교 중 하나로 명칭이 정해지기 위해선 ‘지자체 간 합의’가 전제다. 하지만 제3연륙교 명칭 갈등이 202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점을 감안하면, 어느 한쪽이 갑자기 명칭을 양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명 표준화 편람에는 지자체 간 합의가 불가할 경우 상위 지명위원회가 명칭을 결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인천시지명위원회 결정에 재차 이의신청이 들어와 국가지명위원회까지 공이 넘어가면, 국가지명위원회는 중재안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올해 1월 개통한 한강 다리 명칭을 놓고 지난해 서울 강동구와 경기 구리시가 대립한 일이다. 강동구는 ‘고덕대교’를, 구리시는 ‘구리대교’를 주장했지만, 국가지명위원회는 강동구 고덕동과 구리시 토평동을 합친 ‘고덕토평대교’로 결정했다. 두 지자체는 2008년에도 강동구 암사동과 구리시 토평동 간 다리 명칭을 두고 ‘암사대교’와 ‘구리대교’로 맞섰는데, 당시는 서울시지명위원회가 이를 절충해 ‘구리암사대교’로 명명했다.

수년째 중구와 서구 지역 주민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서 제3연륙교 명칭을 가져오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헛심’ 공방에 그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 표 참조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인천시나 국가지명위원회 방침으로는 영종하늘대교와 청라대교 모두 채택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두 지역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지명으로 결정될 수 있다”며 “인천경제청은 중립적 명칭을 공모해서 인천시지명위원회에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국가지명위원회 심의가 열려봐야 알겠지만, 지역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면 중재를 우선으로 하는 것은 맞다. 고덕토평대교도 이러한 사례”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