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서 설명듣지만 난감한 표정뿐
요양병원 입원 부모는 절차 불편
한국어 서툰 이주노동자 사각지대
택배 배송 거론에 “불가능” 입장

SK텔레콤(SKT)의 대규모 유심 해킹 사건 이후 도내 직영점은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정작 유심 교체가 시급한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정보 부족, 기술 이해 부족, 이동 제한 등의 이유로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실정이다.
29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의 한 SKT 직영점. 전날과 달리 유심 교체를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은 더는 보이지 않았다. 매장 앞에는 ‘기다려도 번호표를 배부 하지 않으니 안내된 QR코드를 통해 예약하면 순서대로 연락드리겠다’는 안내문만 붙어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매장 내부엔 불안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대부분 노년층이다.
70대 남성 A씨는 직원의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힘들어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A씨는 “뉴스를 듣고 검색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직접 찾아왔다”며 “유심을 바꾸려면 한 달이나 더 걸린다고 하는데 그동안 휴대폰을 계속 써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등에 입원한 부모를 둔 자녀도 속이 탄다. 이날 화성시의 한 직영점에서 입원한 부모의 유심을 교체하고 싶다고 문의하자 부모의 핸드폰, 신분증, 가족관계 증명서 등을 요구했다. 온라인 절차 역시 본인 인증 등 번거롭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어가 서툰 이주노동자들 역시 현 상황이 불안하다. 안산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국적B씨는 최근 국내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커뮤니티에서 유심 해킹 사건에 대한 소식을 접했지만 이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LG유플러스의 일부 가입자 정보 유출 사고 사례처럼 디지털 취약계층만이라도 택배 신청을 원하면 유심을 배송하는 방법도 고객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SKT 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SKT 측은 칩 교체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유심 포맷 방식을 개발해 5월 중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역시 매장에 직접 방문해야 가능해 디지털 소외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SKT 관계자는 “디지털 취약계층에 한해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직접 순차적으로 전화해서 안내를 해드리고 있고, 조작이 미숙한 경우 휴대폰 보험 서비스 가입 대행도 해드리고 있다”며 “다만 유심 택배 배송이나 교환 절차 간소화 같은 부분은 개인정보와 연관되고 2차 피해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매장 방문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부터 SKT에서 다른 통신사(KT,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고객 수는 현재까지 3만4천여명으로 나타났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