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리는 “(8·8 재보선이후를 지칭한듯) 앞으로 정치권에 전체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국민대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만이 김대중정권의 개혁성과를 비판적으로 계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온건합리적인 보수'라고 규정한 뒤 “보수와 개혁이란 양분론적인 이념논쟁은 국민에너지를 소모시킬 뿐”이라며 “풍부한 국정경륜과 포용력으로 향후 전개될 정계개편 정국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민주당이나 자민련 등 기존의 정당에는 입당할 의사가 전혀없다”면서도 “박근혜·이인제 의원 등 과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정계개편을 통해 탄생할 통합신당의 대권후보가 목표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여진다.
다음은 일문일답.
-두번째 장수한 총리가 됐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재임기간의 길고 짧음보다는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저는 총리로 있는 동안 정치적 역할보다는 행정총리, 민생총리가 되고자 노력했다. 또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고 성실한 자세로 대통령을 보좌하고 행정각부를 통할했다. 국정 분야별 장관들의 팀워크와 범정부적 팀워크를 중시했고, 정책추진상의 협력과 사전사후 정책조정에 포인트를 뒀다. 5~6차례에 걸쳐 해외에 나가 세일즈외교에도 힘썼다. 재임기간중 국내외에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본다. 그래서 총체적으로 보아 내각을 안정적으로 조화롭게 이끌었다고 평가되는 것으로 안다.”
-재임중 가장 뜻 깊고 보람있었던 정책결정을 몇가지 든다면.
“제주자유도시개발 기본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제주개발센터를 출범시키면서 수십년간에 걸친 제주자유도시 개발이라는 정부의 미결과제를 국무총리실이 주도적으로 해결한 것, 포스트 월드컵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국가이미지제고위원회를 구성해서 포스트월드컵과 관련된 모든 과제를 체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한 일, 국가정보화 추진위원장으로서 전자정부를 금년 10월말까지 일단 마무리짓도록한 것 등이 가장 보람있었다고 할 수 있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는데, 사실 국민모두가 거의 동참하다시피해서 모든 것이 이뤄진 점에 대해 주도적으로 일을 한 정부의 입장에서 깊이 감사한다.”
-2001년 6월 자민련과 민주당의 공조가 깨지는 상황에서 이 전 총리는 잔류를 선언하며 자민련 복귀를 거부했다. 당시 총리는 “저라도 남아 있어야 나중에 김대통령과 김총재간 관계복원의 연결고리가 남아있게 된다”고 했는데,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시로서는 정말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 저도 정치인이고 일부 여론의 질타가 뒤따를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의 비판보다는 오로지 국정의 안정과 정부의 안정을 위해 잔류했다. 당시 제가 의리만을 중시해 총리직을 사임했다면 상당한 국정혼란이 초래됐을 것이다. 저는 일부의 냉혹한 비판을 감수하고 국정의 안정을 지켜내는 것이 대의라고 결정했다.
제가 잔류를 결정한 직후 세계가 깜짝놀란 미국의 9·11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우리내각은 큰 혼란없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할 수 있었고, 국정 4대개혁의 마무리가 필요하던 때였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로서는 똑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월드컵을 치러낸 뒤 대한민국의 위상을 표현한다면.
“한국은 이미 세계변방에 있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IMF 위기를 구조개혁으로 극복하고 경제회생을 했다. 이제는 세계 12위의 GDP대국, 외환보유고 세계 4위(1천130억달러)의 나라, 세계선두를 달리는 IT강국, 2000년 세계의 경제우등생, 조선왕국, 반도체 일등국가, 자동차생산 5위 국가로 발전했다.
이런 저런 어려움은 있으나 남북한 관계는 평화적으로 개선됐고, 민주와 인권을 구현했다. 국민의 기초생활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을 갖춘 나라가 됐고,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로 전세계의 찬사를 받은 나라로 우뚝섰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UN총회 의장국이고 PKO(평화유지군)를 6개국에 파견하고 있는 강한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제 우리국민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이번 월드컵에서 확인된 국민적 에너지와 애국심을 국운융성의 원동력으로 삼아 다시한번 '하면된다'는 정신(Can do spirt)으로 뭉쳐서 나아간다면 2010년에는 G-10이내의 세계중심국가로 진입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민주당 입당설이 기정사실처럼 나돌고 있다.
“전혀 고려한 바 없고 제안받은 바도 없다.”
-올 12월 선출되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과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