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일 오후(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에서 속개되는 '세풍(稅風)' 사건의 주역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의 한국 인도여부 결정을 위한 재판 추이에 촉각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이씨의 조기소환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을 감안한 듯 겉으로는 '법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지만 공판 내용에 따라서는 8·8 재보선을 앞두고 격화되고 있는 '병풍(兵風)' 공방과 맞물리며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남경필 대변인은 “이씨 송환여부는 미국 사법부에서 판단할 일로서 우리당이 별도로 대책을 준비한 바 없다”며 “특히 세풍은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 연관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도 “그 문제에 대해서 당 차원에서 논의된 바 없다”며 “현지에서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현시점에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되겠지만 민주당측에서 병역의혹을 쟁점화하는 시점에서 이씨에 대한 신병인도 재판이 열리는 만큼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민주당측이 정치공세로 나서지 않겠느냐”고 부담스러워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석희씨가 대선전에 송환될 경우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재판 내용 파악에 신경을 쏟았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재보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및 은폐 의혹 사건과 함께 '세풍'을 이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씨가 조기 송환될 가능성이 적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아 실제 심리결과에는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법조계 출신의 한 의원은 “이석희씨가 오든 안오든 이회창 후보를 소환해 조사할 권리가 검찰에 있다. 그것도 타이밍의 문제”라고 말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이씨가 대선 전에 인도돼 세풍의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정동채 후보 비서실장은 “언론보도에 의하면 연말에나 올 수 있다던데…”라며 “오면 오는 것이지”라고만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