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한 김
대업씨가 20일 "병역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과 고위 공직자 등 20여명
의 리스트를 작성중이며 한나라당 12명, 민주당에도 여러명이 있다"고 주장
하자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등 촉각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이미 수사를 통해 다 걸러진 사안이 아니냐"며 배후를 의심했
고 민주당은 자당 의원들이 포함될 경우 병풍 공세가 희석될 것을 우려했으
며 자민련은 행여 불똥이 자당으로 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나라

이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한 전 의무 부사관 김대업씨가
주장하는 '병무비리 리스트'에 대해 "이미 걸러진 내용"이라고 일축하며 배
후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한마디로 김대업이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에 의해 이 후보를 비롯한 한나
라당 전현직 의원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동시다발적으로 터뜨려 '한나라당=
병역비리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김씨가 정치권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
나라당 인사 12명의 병역비리가 담긴 테이프를 우선 공개한 뒤 검찰에 제출
하겠다"고 밝힌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이와관련, "검찰은 김대업이 고위층 인사 20명
의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16대 총선직전 반부패연대라는 단
체가 병역비리 관련자와 함께 의혹 리스트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한 것"이
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에 언론 등에서도 김대업을 제보자로 지목했고 이를 근거로
2000년 2월14일부터 2001년 2월13일까지 1년간 수사를 했다"며 "16대 총선
에서 이용하려고 했던 리스트를 김대업이 갖고 있는 것인데 이를 새삼 주장
하는 것은 커넥션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정치공작설'을 제기했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김대업이라는 전과자에게 언론을 비롯해 모두가 놀
아나고 있다"고 가세했다.

◇민주

'김대업 리스트'에 자당 의원 일부가 포함돼 있다는 김대업씨 주장에 대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이 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한나라당 이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새
삼 여론의 조명을 받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민주당 인사들도 공개됨
으로써 병풍공세가 상대적으로 희석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의원은 "김대업씨의 주장대로 리스트가 나올 경우 엄청난 사회적 파장
을 불러올 것"이라며 "김씨는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게 있다고 말했
지만 정권 말기인데다 대다수 공소시효가 지난 케이스일 가능성이 높지 않
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또 "따라서 정치적 논란만 가중될 뿐 개혁 차원의 진상규명과 비리척
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일단 '김대업 리스트'에 당 소속 인사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보고 다
소 느긋한 입장이다.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은 "병역비리는 반국가 범죄인만큼 검찰이 조속히 김
씨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 비리혐의가 드러나면 의법 처리해
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다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첨예한 병역 공방 속에 혹시 유탄을 맞는 경우
가 있지 않을까 조심하며 은밀히 자체 점검에 나섰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