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혼란과 국익손실
김대중 대통령이 다시 후임 총리감을 찾기는 쉽지않다. 새인물을 지명해도 또다시 청문회와 국회인준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한달정도가 소모된다.
이에 따라 국정 전분야에 걸쳐 혼란과 파행운영이 불가피해진다. 우선 외교적인 문제와 국가이미지 실추가 뒤따른다. 당장 31일부터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WSSD)에 정부대표자격으로 파견예정이던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 동시에 세계 정상급 지도자들과 접촉을 통해 오는 2010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활동도 벌이려 했으나 무산됐다.
자칫하면 9월말 덴마크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ASEM)회의와 10월말 멕시코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대통령의 참석이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대통령이 각종 문서에 결재할 때 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副署)토록 헌법에 명시돼 각종 법령공포도 중단된다. 또 총리가 없을 경우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없다. 만일 한나라당이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안을 국회에서 가결시킬 경우 법무장관직은 총리가 설때까지 공석으로 남아야 한다.
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 주무장관회의 등도 개최할 수 없게 돼 부처간 업무조정회의도 중단된다. 국무총리의 인사전결권인 1급 공무원의 전보, 4급으로의 승진 등 공무원 인사지장을 받게 되며 총리령과 총리훈령 제정 및 개정, 발령도 전면 중단된다.
◇정국대치 심화
장 지명자 인준부결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너죽고 나죽자식'의 극한 투쟁의 소용돌이속으로 빨려들게 했다. 김 대통령의 임기말 권력누수가 가속화되고 김 법무장관 해임결의안을 두고 '도아니면 모'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모든 포인트는 12월 대선승리를 목표로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는 백병전 속에 대화정치는 실종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장상 전 지명자에 이어 또다시 인준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원내과반을 장악한 다수당의 힘을 과시하고 여권의 내분을 부채질하는 '소득'을 얻었다.
그러나 '오만한 1당'에 대한 여론의 역풍이 불어닥칠 것이란 관측이 만만치 않다. 특히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민심의 방향은 정반대로 흘러갈 수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한나라당 1당 독재론'과 병역비리 은폐의혹 규명에 사활을 걸고 맞붙을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은 “장상 전서리와 장대환 서리에 적용한 도덕적 검증기준을 국민은 이회창 후보에게 적용할 것”이라면서 “병역비리와 은폐의혹의 진실을 덮기 위해 자행한 횡포”라면서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 張 총리지명자 부결 표분석
국회는 28일 재적의원 272명 중 266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장대환 총리 지명자의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가(可) 112표, 부(否) 151표, 기권 3표로 부결시켰다.
이같은 부결 사태는 한나라당이 지난 27일 오후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된데다 본회의를 앞두고 각 시·도지부별로 가진 의원들의 모임에서도 확연히 나타났다.
경기도지부도 목요상 지부장을 비롯 이규택(원내총무), 전용원, 이해구 의원 등 15명이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부결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며 본회의 직전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결과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일단 한나라당 재적의원 139명 중 외국을 방문중인 이부영 의원을 제외하고 투표에 참여한 138명이 거의 이탈없이 당론에 따라 부표를 찍은 것으로 보이며 한나라당 의원 외에 최소한 13명이 부결에 가세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재적의원 112명 중 와병중인 이원성 의원을 뺀 111명이 투표에 참여, 산술적으로만 보면 찬성표가 민주당 투표참여 의원 수보다 1표가 더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부결 당론을 정하면서 민주당 표의 결속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이탈표는 전혀 없었을 것”이라며 “민주당 의원 111명과 최근 탈당한 안동선(부천 원미갑) 의원을 합해 찬성 112표가 나왔고, 자민련과 나머지 무소속 의원들은 모두 부표를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민련은 이날 재적의원 14명중 조희욱 정우택 조부영 이완구 의원 등 4명을 제외한 10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상당수가 부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민국당, 미래연합, 무소속 의원들도 대부분 반대표에 가세한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