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 총리지명자 인준안 부결로 급속히 냉각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국대치는 또다시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면충돌위기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관철의지를 다지고 있으며 민주당은 실력저지키로 결의했다.

한나라당은 29일 장대환 총리 지명자 인준안 부결을 '국민의 뜻'이라고 적극 홍보하면서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의 관철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이규택 총무는 이날 오전 박관용 국회의장을 방문, 해임안 처리를 위한 30일 본회의 사회를 요청하고 당소속 의원들에게 31일 오후까지 '서울 상주령'을 전달했다.

서청원 대표는 “해임안이 국회에 보고된 만큼 31일 오후까지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으며 정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해임안 처리를 밀어붙일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총무도 “민주당이 병풍조작으로 일진광풍을 일으키고 있으니 우리도 선전포고를 할 때이며, 1단계가 해임안 처리”라면서 30일이나 31일 본회의에서 단독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28일 밤 실시한 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인준안 부결이 잘된 일'이란 응답이 50.9%, '잘못된 일'이란 응답은 24.3%에 그쳤다며 부결의 당위성을 적극 홍보하고,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을 집중 공격했다.

서 대표는 “총리 인준안 부결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투표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이 제출한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은 그 자체가 국법질서 파괴행위라며 당력을 총동원해 저지키로 결의했다. 특히 박관용 국회의장이 양당간 합의가 무산될 경우 본회의를 직권소집할 가능성에 대비, 정균환 총무는 이날 박 의장에게 '단독국회 절대불가'입장을 재통보하는 한편 소속의원 전원을 의원회관에 대기시켰다.

민주당은 해임안 처리시한인 31일 오후 2시30분까지 본회의 소집을 저지, 해임안을 자동폐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낙연 대변인은 연석회의 후 브리핑에서 “피의자가 수사당국 책임자의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이는 원천적으로 불법이고 부당한 일이므로 용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법무장관을 바꿔 병역수사팀을 교체하고 이를 통해 병역의혹 수사를 중지·왜곡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간사간 협의, 총무회담 등 국회 관행은 찾아볼 수 없으며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결정이 곧 법이 돼버렸다”면서 “군사독재시절에도 이런 국회운영은 없었다”고 한나라당의 국회 '독주'를 비난했다.

◆ '金법무 해임案' 72시간내 합의 안되면 박의장 "국회법대로 처리"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박관용 국회의장이 '국회법대로 처리'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박 의장은 29일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 “양당 총무간 합의를 요구하되 처리시한인 72시간이 다 돼도 합의가 안되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법의 기본정신은 타협에 있지만 타협이 안되면 '다수결 원칙'이 골격”이라고 말했다.

국회법상 의사일정은 양당 총무간 협의에 의해 결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엔 의장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박의장 발언은 “원내과반수인 한나라당이 제출한 해임안에 대한 사회권을 국회법에 따라 행사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임건의안의 시한내 표결처리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법상 하도록 돼있다”며 “중요한 것은 72시간(31일 오후 2시30분) 이전에 어떻게 처리할지 타협점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박 의장은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를 비롯한 한나라당 총무단의 본회의 사회요청 방문을 받고 “의회는 여야, 다수당과 소수당이 모여 토론·대화해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 본질이지만 의장은 국회법을 지킬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어제 '여야간 의사일정 합의가 안되면 사회를 보면 안된다'고 말하기에 '그럴 수는 없다'고 답했다”며 “민주당에서 저지조 등의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것은 과거 정통성이 없던 정권에서나 하던 것이므로 민주당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