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인중 상당수는 여전히 생활고와 병마, 외로움에 시달리며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IMF한파」이후 노인들 역시 더욱 힘들어졌다.

『모든 세대가 함께 사는 사회를 향하여』라는 「세계 노인의 해」 슬로건을 무색케 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사회를 앞두고 있는 노인들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올바른 노인복지정책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註)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

인천시 동구 송림 4동 「연꽃마을 노인의 집」에 사는 金모노인(83)의 한달 수입은 10만원.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되는 정부보조금이다.

난방비와 각종 공과금을 감당하기도 벅찬 돈. 하지만 金노인은 이 돈을 쪼개 손주들에게 보낸다.

장남은 교통사고로 숨졌고, 둘째 아들은 가출뒤 소식이 끊긴 지 오래여서 손주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게 늘 가슴아프기 때문이다.

이 곳 「노인의 집」서 함께 생활하는 朴모노인(73)에게도 정부보조금 말고는 수입원이 전혀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뇌졸중을 앓아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으나 2년째 병원은 커녕 약 복용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노인의 집」에 입소한 노인들은 그래도 나은편이다.

난방비와 공과금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20대에 천식으로 건강이 나빠져 10여년간 투병생활을 했던 李모노인(62)은 여인숙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간다.

자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나이가 65세에 못미쳐 보조금혜택조차 받지 못한다. 일을 하고 싶어도 써주는 곳이 없다.

여인숙 방세가 밀려 방을 빼줘야 하지만 마땅히 오갈데가 없어 「노인의 집」에 입소하는 게 유일한 희망이다.

「복지한국」을 표방하는 현 시점에서 상당수 노인들은 이처럼 생활고에 찌들리면서 생활하고 있다.

현재 인천의 노인인구(65세 이상)는 12만4천4백여명(98년 말 기준)으로 이중 3.5%인 4천4백여명이 독거노인이다.

이들 독거노인의 상당수가 끼니를 걱정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동구 송림 2동 동구노인복지회관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하루 3백여명.

「IMF한파」로 설립 당시인 지난해 3월에 비해 1백여명이 늘었다.

이곳 경로식당을 찾아 점심식사를 하는 노인들 가운데 20명 이상이 아침과 점심을 걸른다는 게 식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인천의 한 보건소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실시할 때엔 빵과 우유를 나눠준다는 얘기를 듣고 저소득층 노인들이 강좌시작 2~3시간 전부터 몰려들기도 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은 한달에 한푼도 용돈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4월 13일부터 5월 31일까지 전국 65세 이상 노인 2천6백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한달에 1~9만원 사이에 용돈을 쓰고 있는 노인이 56.1%로 가장 많았으며, 10.7%는 전혀 용돈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런 데도 노인복지 예산은 삭감되기 일쑤다. 남동구재가노인복지센터의 예산은 올해 지난해보다 2백만원 줄었다.

올해 문을 연 3곳을 포함, 인천지역 5곳의 재가노인복지센터는 시나 정부가 지원해주는 예산으로는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벅차다고 하소연한다.

「세계 노인의 해」에 우리사회의 어른인 노인들은 이렇듯 소외와 냉대속에서 얼마남지 않은 생을 보내고 있다.
<林星勳기자·h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