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건물을 빌려 음식점을 운영하던 업주들이 영업을 중단한 후 폐업신고도 하지 않은 채 자취를 감추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재임대를 하지 못하는 건물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폐업신고를 하지 않고 무단으로 영업을 중단할 경우 행정기관에서 같은 장소에 대해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는 규정 때문이다.

지난 97년 6월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허가를 받아 주안 6동에서 S경양식집을 운영하던 粱모씨(여·36·부평구 부평 4동)는 「IMF한파」이후 장사가 되지 않자 같은해 말 슬그머니 가게문을 닫고 자취를 감추었다.

이에 따라 건물주 金모씨(52)는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려고 했지만 남구청에선 『재임대를 할 수 없다』는 입장. 폐업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같은 장소에 다시 영업허가를 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金씨는 잠적한 粱씨를 찾지 못한 채 1년 6개월 가량을 빈건물로 방치하고 있다. 남구에만 金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건물주가 20여명에 달한다.

대형음식점이 밀집한 연수구의 경우도 담당부서인 위생위생과에 이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하는 건물주들이 한달 평균 2~3명에 이른다.

다른 구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빈건물들만 갈수록 늘고 있는 상태다.

구청에선 식품위생법상 폐업신고를 하지 않고 문을 닫으면 「무단휴업」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영업허가취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애매모호한 법 규정을 들고 있다.

영업허가를 내준 뒤 음식점 집기 등을 그대로 놔둔 채 잠적했던 업주가 돌아 와 책임소재를 따질 경우 담당자가 문책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피해건물주들은 『불황 탓에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빈 건물을 방치하는 것은 큰 손실』이라며 『잠적한 업주는 폐업신고란 법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행정기관이 책임문제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개선책 마련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위생점검을 나가보면 장사가 되지 않아 무단으로 가게문을 닫은 곳을 많이 볼 수 있다』며 『건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알지만 현재로선 구청 입장에서도 이렇다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車埈昊기자@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