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시작된 컴퓨터 소프트웨어 복제품사용 단속과 관련해 각급 기관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지금까지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쓰던 경찰이 단속에 나서는 것도 문제인 데다, 각급 행정기관들은 복제프로그램을 삭제한 후 정품을 구입하지 못해 업무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그동안 각 기관에서 이같은 불법행위를 일삼아 국내 컴퓨터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점에서 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 및 비난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인천지역 경찰서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조달물품으로 구입한 관용 PC의 경우 예산이 없어 아래아 한글과 한글 97등 수사서식에 필요한 대부분의 소프트 웨어를 불법 복제해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일선 경찰관들은 업무 편의 때문에 대부분 개인적으로 PC를 구입하고 있지만 경찰 내부에서 불법으로 복제한 「hwp 3.0b」 등을 쓰는 등 대개 정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처럼 「불법행위」를 일삼는 경찰이 과연 복제품 단속을 벌일 자격이 있는 지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부평경찰서의 경우 최근 예산으로 구입한 PC 102는 대부분 정품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형사계와 조사계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구입한 컴퓨터 66대는 대부분 불법복제품을 쓰고 있다.

또 연수서와 중부서 등 다른 경찰서 직원들도 도스체계 지원을 받는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을 복제해 사용하는 등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한 한 단속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행정기관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경찰서마다 관련예산이 없어 당장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정품으로 교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얘기.

시와 일선 구·군에서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부평구는 단속에 대비해 복제품을 모두 삭제한 뒤 전산교육실을 아예 폐쇄했다. 프로그램을 없애는 바람에 대부분의 부서들은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형편. 인천지역 다른 행정기관들도 불법복제 프로그램 사용중단에 따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 李모씨(35·부평구 산곡동)은 『뒤늦게 나마 각급 행정기관에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에 나서 다행』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관에서 앞장서 불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국내 컴퓨터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준 데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도 『불법복제 프로그램에 의존하던 경찰이 어떻게 단속을 제대로 하겠냐』면서 『예산도 없는 상태에서 확실한 상부의 지침도 없어 난감한 실정』이라고 말했다./社會部·d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