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절 무시하니까 너무 속상해요. 공부에 흥미도 잃었구요. 새장가를 든 아빠는 관심이 없고….』

11일 오후 2시께 인천시청소년쉼터를 찾은 여고 2년 李모양(17). 며칠전 집을 나온 李양은 친할머니와 언니, 아빠와 함께 살지만 재혼한 아빠의 애정결핍과 급우들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가출했다고 하소연한다. 李양은 요즘 담배까지 피우며 자신의 처지를 달래고 있다.

이처럼 가정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

「IMF」이후 실직사태로 가족이 해체되면서 덩달아 가출청소년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현장에선 입시위주의 교육과 경쟁심리가 빚은 「집단따돌림」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문제다.

가출청소년보호기관인 청소년쉼터에 따르면 올들어 숙식제공을 받은 청소년은 1월 2백14명, 2월 1백34명, 3월 2백17명, 4월 2백명으로 파악됐다.

97년 4월 문을 열면서 그해엔 6백96명이었으나 98년엔 2천16명으로 폭증했다. 정상적인 생활에서 이탈해 헤매는 청소년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

이들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구성원간의 갈등 때문이다. 쉼터측은 『저소득층 청소년의 경우 부모중 엄마가 이혼하거나 집을 나가는 등 가정문제로 인한 가출이 90%』라고 밝혔다.

趙모군(14)도 가정서 떠밀린 대표적 사례.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趙군은 노숙생활을 전전했다.

보호시설관계자들은 나중에야 趙군의 아빠와 결혼한 새엄마가 주민등록에서 趙군을 말소시킨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상당수 아이들은 가출후 비행의 길로 들어서 결국 인생을 망치게 된다.

가출문제 이외에도 경쟁심리와 함께 집단속에서 소외당하지 않으려는 방어심리가 확산되면서 개인을 따돌리는 문제 역시 심각하다. 청소년전문가들은 『따돌림은 자기가 소외되지 않으려고 남을 따돌리는 비인간화의 전형』이라고 우려한다.

청소년문제를 전담할 교육시설과 지원도 태부족한 실정. 지자체지원을 받는 청소년가출시설은 인천 1곳을 포함, 전국적으로 8곳에 불과하다.

인천시 체육청소년과 李起澤청소년담당은 『청소년자연체험활동 등 자체지원계획을 세워 추진중이지만 예산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쉼터의 金賢景상담부장(32)은 『아이들에게는 강요보다 이해하려는 마음과 대화가 중요하다』며 『체계적인 교육현장의 인성교육과 가출청소년에 대한 사회적응훈련시설 등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