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차별에 격분해 일본인 야쿠자를 살해한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중인 재일교포 金嬉老씨(71)가 내달 7일 복역31년만에 석방된다.

金씨의 후견인 박삼중 스님(부산 자비사 주지)은 25일 『金씨의 가석방절차가 최근 완료됐다』고 전하고 『金씨의 가석방이 다음달 7일에 이뤄지며 그는 이날 오전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으로 떠나게 된다는 사실을 일본 법무성 당국자가 지난 23일 내게 공식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金씨는 삼중 스님 등 일행 4명과 함께 이날 오전 도쿄 나리타 공항을 떠나 정오무렵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金씨는 지난해 11월 타계한 어머니 朴득숙 씨의 유해를 안고 귀국하며 무소속 鄭夢準의원이 부산에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여생을보낼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 68년 2월 20일 『조센징, 더러운 돼지새끼』라고 욕설을 퍼붓는 야쿠자 2명을 살해한 金씨는 수감 31년만에 세상의 햇빛을 다시 봄과 동시에 고국에서제2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게 됐다.

시즈오카의 한 클럽에서 야쿠자를 살해한 金씨는 사건직후 인근 여관에서 88시간 동안의 인질극을 벌이며 일본의 한국인 차별에 항의하다가 체포돼 75년 확정판결을 받고 구마모토(熊本) 형무소(75년_99년 6월)와 도쿄의 후추(府中) 형무소(99년 6월 29일_9월 7일)에서 차례로 복역해왔다.

金씨의 모친 朴得淑씨는 『죽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감옥 밖에서 아들의손을 잡아보고 싶다』며 상봉을 간절히 바랐으나 그의 출소를 보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3일 시즈오카의 한 양로원에서 92세를 일기로 쓸쓸히 타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金씨의 이번 석방은 박삼중 스님 등이 80년대 후반부터 국민의 서명을 받아 일본 법무성에 석방탄원서를 내는 등 동분서주한 끝에 얻어진 결실로 재일교포 문제를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들어 호전되고 있는 한.일관계를 가늠해보는 또하나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 金씨의 석방방침을 세운 뒤 그동안 극비리에 사전준비 절차를 밟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법무성은 지난 5월 29일 박삼중 스님에게 김씨의 석방방침을 비공식 통보한 뒤 6월 7일과 7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 석방과 동시에일본을 떠난다는 등의 서약서를 김씨로부터 받아냈다.

간토(關東) 지방갱생보호위원회는 이같은 정부방침에 따라 8월 중순 김씨의 석방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측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삼중 스님은 가케가와의 한 사찰에 안치돼 있던 朴득숙씨의 유해를 도쿄로 옮기는 등 김씨의 귀국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金씨 석방문제를 논의키 위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도쿄를 방문했던 삼중 스님은 9월 1일 다시 현지로 떠나 그의 신병인수를 위한 최종점검작업을 하게 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