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동거녀 성폭행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위상이 곤두박칠치고 있다. 시중여론은 최악이다. 한 공무원의 말. 『이런 경찰공무원 때문에 전체 공무원사회가 도매금으로 당하는 것 아닙니까? 이러고도 수사권독립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여성들의 분개도 극에 달했다. 한 30대 여성은 『단순강간도 강력히 처벌해야 하지만 범죄피의자를 쫓던 경찰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여성을 농락한 것은 중형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신창원신드롬」은 실체가 드러났는 데도 더 확산되는 느낌이다. 20,3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 신창원은 「멋있는 남자」로 통한다. 사람을 해치지 않고, 여자에게 다정다감한 남자로 범죄자보다 남성으로서 더 연민이 간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기성세대도 마찬가지. 외국 통신사가 신창원을 「로빈후드」로 지칭한데 대해 한 40대 회사원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고급옷로비, 고관집절도사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 등으로 이반된 민심을 읽은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런 데도 경찰의 행태는 한심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이처럼 여론이 들끓자 신창원이 강도·강간범행을 했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그것도 피해자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아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한 「맞불」이 아니냐는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신창원탈옥일기」도 원본을 가린 채 복사본만을 공개해 『도대체 무슨 내용이 있길래 경찰이 감추는 것일까?』란 궁금증을 자아냈다. 여기에 검거당일 현지경찰수뇌부가 정작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심한 투캅스」에 쏠리는 눈총은 더 날카로워 지고 있다.

특히 申의 절도로 밝혀진 상류층집안의 살림살이는 고실업률과 중산층의 몰락, 저소득층의 증가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한 우리시대 보통사람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준다. 신창원사건은 감추고 싶은 경찰의 치부와 뒤틀린 사회의 이면에 마치 메스를 들이댄 것 같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