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와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신종 「고액 전화카드」 다단계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회원을 모집하면 한달 3백만원에서 최고 1천4백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속여 회원을 모집하는 등 불법영업을 일삼고 있다. 결국 대다수가 회원을 모집하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는 등 자신의 돈만 날리는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17일 오후 2시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D빌딩 8층 (주)D인터내셔널 사무실. 이곳엔 가정주부와 실직자들로 보이는 2백여명이 다단계판매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몰려있었다.

한 직원은 『일반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1~5만원의 「전화카드」를 구입할 경우엔 보너스를 받을 수 없다』며 『자신들이 주문 제작한 39만6천원짜리 「전화카드」를 구입한 후 회원을 모집해야만 매출의 38.5%에 상당하는 보너스를 5단계로 나눠 지급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기본적으로 24명의 회원을 확보한 뒤 매주 20명씩 회원을 확보하게 되면 50만원씩 4회에 걸쳐 2백만원을 받고, 1·2차 보너스 1백만원을 포함해 3백만원을 벌수 있다』며 『매일 20명씩의 회원을 확보하면 한달 최고 1천4백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1대 1 비율의 회원모집」. 실제로 회원들이 50만원의 보너스를 받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12명씩 1대 1 비율로 24명의 회원을 모집한 뒤 또다시 10명씩 20명의 짝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1대 1 비율로 회원을 맞추려면 한번에 2명이나 4명을 모집해야 하는데, 이런식으로 계산하면 2, 4, 8, 16··· 등 「2의 n승」의 공식이 성립돼 실질적으로 「10대 10명」이나 「12명대 12명」의 회원확보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20년간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있는 朴모씨(55·여·인천시 남구 숭의동)는 『2달 동안 보험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하려 했지만 2명밖에 회원을 모집하지 못했다』며 『결국 전화카드만 구입하고 중간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주부 金모씨(37·인천시 남구 관교동)도 『고액의 전화카드를 구입하라고 권유하기가 힘들다』며 『결국 식구들만 회원으로 모집해 돈만 날렸다』고 말했다.

또 무려 39만원6천원에 달하는 이 카드가 실질적으로 요금만큼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것도 다단계판매가 사기성이 높음을 암시하고 있다.

H통신사측 관계자는 『D인터내셔널이 임의로 정한 금액이 담긴 전화카드를 만들어 줬을 뿐』이라며 『전화카드의 정확한 사용 금액을 밝힐 수 없지만 실제 구입금액을 모두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해 사용 금액을 조작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회사가 운영중인 「재구매 보너스지급」도 또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단 회원들이 활동을 시작하면 경쟁을 부추키면서 다른 회원들과 비교해 영업부진을 문제삼아 재구매를 권유, 자신의 돈(부족 모집회원 1인당 6만6천원)을 회사측 계좌에 입금하게 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각종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회원모집 또는 후원수당 명목으로 강제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후원수당을 파격적으로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거나 하위판매원 확보를 강요해도 불법 피라미드 판매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