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내는 물론 「한국반입」을 겨냥한 중국내 고추 작황 역시 아주 나쁘다. 이에 따라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인과 화교 농산물도매상을 중심으로 고추값 폭등을 노린 매점매석행위가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 김장철을 앞두고 국내 고추가격이 치솟아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8월 18일 오후 2시께 중국 칭다오(淸島)에서 1백㎞ 가량 떨어진 핑뚜(平度)시꿔좡(郭庄)외곽. 전형적인 농촌인 이 지역은 온통 고추밭으로 뒤덮여 있다. 그 만큼 재배규모가 엄청난 것. 그러나 작황은 최악이었다. 한국이 수해와 태풍으로 피해를 본 반면, 이 곳엔 비가 적당하게 내리지 않은 탓이었다. 거의 모든 고추들이 타죽은 채로 있었다. 현지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까지만 해도 고추가 잘 자랐으나 이후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렇게 됐다고 한다.

인근 고추재배단지인 조오주시의 작황도 비슷했다.

사정이 이렇자 벌써부터 고추값 폭등을 노린 사재기 움직임이 업자들 사이에 일고 있다. 웨이하이(威海)시에서 농산물도매업에 종사하는 한국인 朴모사장(55)은 『보따리상들에게 소량으로 팔아봤자 남는 게 없다』며 『10월말쯤 생산되는 고추를 한꺼번에 다량으로 사들여 유통물량에 맞춰 내놓으면 4~5배의 이윤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도매상들 역시 『중국엔 매점매석이나 사재기에 대한 단속이 없다』며 『한국의 농산물작황을 한국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는 상인들이 사재기로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이 곳서 장사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사실은 현지 고추로 고추장을 생산하는 업자들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핑뚜(平度)시내 D유한공사 관계자는 『고추도매업자들은 몇년 적자를 봐도 사재기로 단번에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고추값 폭등 때 고추를 무더기로 사들인다』고 밝혔다.

이들 상인 가운데 일부는 이미 지난해 고추를 다량으로 매입해 놓은 상태. 꿔좡(郭庄)에서 만난 한 50대 중국인 고추구매업자는 『한국으로 반입할 마른 고추를 사고 싶다』고 하자 『냉동창고에 수백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벌레 등을 막기 위해 고추를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있으며 조선족과 한족 도매상들이 맡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고추는 현지서 1㎏당 중국 인민폐로 16원(한화 약 2천2백원)~19원에 거래되는데, 한국으로 들여갈 경우 통상 3~4배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 도매상과 보따리무역상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품목.

반입금지에도 불구, 인천항을 통해 고추는 계속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웨이하이시에서만 6년째 농·수산물 교역에 종사한 K상사 鄭모사장(54)은 『얼마전에도 따이꽁(代工)을 통해 1톤의 고추가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관계당국이 고추파동에 대비, 보완책을 세우지 않는 한 한국소비자들은 은밀히 반입된 중국산 고추에 농락당할 상황에 놓여 있다./중국 淸島·威海=車埈昊·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