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경찰 안팎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물론 이미 일부에선 「변신」의 노력을 기울여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민원인 위주로 일을 처리하는 등 시대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민원인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세기를 마감하는 「제 54회 경찰의 날」을 맞아 변화의 현장과 달라져야 할 부분들을 짚어 보았다.(편집자 註)

지난 19일 오후 2시께 인천중부서 형사계 사무실. 崔東甲형사가 동인천 킴스할인매장에서 12만원어치의 생필품을 훔친 高모씨(여·36·남구 숭의동)의 조서를 받고 있었다. 崔형사는 高씨가 초범인 데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감안, 「부드럽게」 취조했다. 崔형사는 『이제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반말과 폭언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물론 강도·강간범 등에겐 다소 거칠게 대할 때도 있지만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론 그의 말처럼 경찰 전반에 걸쳐 인권존중 풍토가 조성된 건 아니다. 슈퍼를 운영하는 金모씨(52)는 지난달 30일 가게밖에 설치된 오락기구 단속에 걸려 경찰을 찾았다. 그러나 金씨는 경찰서에 세번이나 가서야 담당형사를 만날 수 있었다. 경찰이 계고장 날짜를 잘못 기입했기 때문이다. 金씨는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혹시 「괘씸죄」에 걸릴 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음주단속 현장에선 범법혐의자도 아닌 선량한 시민들이 차를 몰고가다 인격을 무시당하기 일쑤다. 상당수 검문경찰이 위생이나 교통체증 등에 따른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엔 徐모군(14·중구 전동) 등 「앵벌이」 소년형제가 중부서 C파출소 柳모경사에게 숙소로 끌려가 곤봉 등으로 맞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柳경사는 『徐군 형제가 앵벌이를 한다는 신고가 자주 접수돼 파출소에서 이들을 훈계한 뒤 20분만에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아직도 어떤 이유든 지 간에 경찰을 찾기 꺼려 한다. 인권을 무시당할 까봐 염려해서다. 오랜 세월 그런 경찰의 행태들을 자주 목격했던 것도 사실. 시민 金모씨(37·남동구 간석동)은 『경찰이 수사권독립을 요구하기에 앞서 자질을 더 높이고 인권을 존중하며 시민들과 좀 더 가까와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張學鎭기자·J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