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 지난 30일 발생한 인천 인현동 화재사건은 허술한 건축법규와 경보음도못내는 소방시설, 형식적인 당국의 단속 등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인재(人災)였다. 곳곳에 화재방비대책 없이 밀집한 유흥업소, 사리사욕에 눈먼 업주들,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태부족한 청소년 여가선용공간 등 이번 참사가 몰고 온 각종 문제점과 대책 등을 긴급점검했다.(편집자 註)

인현동 상가건물 화재는 발생한 지 불과 15분만에 진화됐다. 그런 데도 사상자는 무려 1백34명에 달했다. 특히 이들 사상자는 대부분 불이 난 지하층이 아니라 2층 호프집에 있던 학생들이었다.

소방 관계자들은 가장 큰 참변의 원인을 40평 남짓한 호프집에 1백30여명의 학생이 몰렸다는 점을 꼽고 있다. 가게내부는 의자들로 빽빽이 차 있어 통로 공간엔 겨우 한명이 다닐 수 있을 만큼 비좁은 데다, 비상구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이 난뒤 술을 마시던 학생들은 미처 대피할 공간을 찾지 못한 채 서로 뒤엉키다 유독가스에 질식됐다는 게소방관들의 얘기다. 대형 유리창문을 나무판넬 등으로 멋대로 폐쇄한 것도 대형참사를 부른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3도화상을 입고 가천의대부속 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군(17.고교 1년)은 『2층 호프집에 앉아 있던중 카운터쪽에서 「펑」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며 『문쪽에 불이 붙으면서 유일한 탈출구인 출입문도 막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게 내장재와 의자 등 집기는 인화성이 강한 것으로 되어 있었고, 불이 났는 데도 비상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점, 스프링쿨러가 없는 점 등도 사고를 키운 원인. 이런 지경속에 호프집이 어떻게 영업을 계속 할 수 있었는 지 의문이다.

관할 중부소방서와 중구청은 규정에 따라 1년에 1~2차례씩 소방점검과 위생점검 등을 벌였다고 강변하는 데 급급하다. 결국 이번 참사 역시 씨랜드 화재와 마찬가지로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셈이다.

이날 자정께 인현동 일대. 참사엔 아랑곳하지 않고 밤늦게 까지 각종 유흥업소와 음식점,노래방 등은 대부분 불야성을 이룬 채 성업중이었다. 확인결과 이들 업소중 비상구 시설을 갖춘 곳은 거의 없었다.

여기에다 유리창을 없애고 판넬 등으로 막아 버린 곳도 많았으며,건물내부 구조도 마구잡이식으로 변경한 곳이 허다했다. M 커피전문점엔 비상구 하나 없이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비단 이 곳 뿐만 아니다. 남구 용현동 인하대학교 주변을 비롯 주안역앞 위너스 골목, 부평 5동 주변 등도 상가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 있지만 비상구와 소방시설 등을 제대로갖춘 곳은 찾기 힘들었다.

경기도내 수원시 인계동과 수원역 일대,안양시 안양 1,2동,성남 종합시장 일대의 민속주점과 호프집등도 상황은 비슷한 실정이다.

인천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대형 참사가 발생해 죄스런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앞으로다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유흥업소 점검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