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률 및 생산성 제고를 꾀한답시고 법규제를 완화하더니 결국 이 꼴 입니까?』
인현동 화재사고로 중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친조카를 보면서 金모씨(49·인천시 연수구 연수1동)는 『진정한 규제완화가 무엇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전을 무시한 정부의 규제개혁이 사상자 1백34명이란 초유의 참사를 빚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회에 만연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강력한 통제와 견제기능이 없는 느슨한 법규제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월 18일 소방시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건축주와 방화관리자에게 소방시설 관리책임을 대폭 강화해 제 2의 씨랜드 화재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을 각 시·도에 시달했다. 그러나 정부는 규제개혁의 일환이라며 한달도 채 안된 지난 9월 13일자엔 연면적 1만㎡ 이상 대형건물에 대한 소방점검 횟수를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무려 1백4건에 달하는 소방행정규제를 폐지·완화해 시설주의 자율에 맡긴 것. 결국 이번 참사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탁상행정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현행 건축법 또한 4층 이하 건물에 비상구 설치의무조항을 두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 화재가 난 라이브 Ⅱ호프에 비상계단만 있었더라도 어린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유가족들은 주장한다. 처음 발화한 지하노래방에도 비상구가 없었다. 여기에 통로마저 협소해 재난을 예고한 셈.
나이트클럽, 스탠드 바, 무도장 등 지하 다중집합장소 설치기준에 대한 건축·소방법을 강화해 대형참사의 원인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참사가 일어난 인현동 복합상가 건물은 지난 85년 11월 신축됐다. 그러나 건축당시 소방법을 적용받아 관련 시설을 설치, 지난해까지 계속 강화해 온 소방법시행령 대상에선 제외됐다.
문제의 건물은 지난 85년 수용인원 개념에 따른 소방설비시설 설치기준을 적용받았기 때문에 건축면적에 따른 현행 기준에서 제외, 쉽게 영업을 할 수 있었다.
이밖에 화재발생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자동화재탐지설비 설치기준도 건물주들의 경제적 부담에 따른 반발을 우려해 「기존 소방시설에 대해선 종전의 시설기준을 적용」토록 하는 조항을 두는 등 오락가락 소방행정을 편 것도 대형인명사고를 부채질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엔 소방시설법규 적용범위를 확대해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X특별취재반
화재참사 문제점-3,법규제 완화
입력 1999-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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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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