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갈 곳이 없으니까 PC방, 당구장을 전전하죠. 이것도 싫증나면 찾는 게 호프집이예요.』

인천 I고 2년 이모군(18)은 또래 학생들의 처지를 이렇게 말한다. 요즘 10대들은 이렇게 친구들과 어울려 공통된 대화를 나누고 문화생활을 향유할만한 공간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

특히 항구·공업도시로 「서울의 하수처리장」이란 오명을 듣는 인천의 기형적 양상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청소년들에 대한 생활·문화공간의 정책적 배려도 없이 과연 말로만 떠드는 청소년 선도 및 보호·육성이 가능한 것일까? 기성세대 및 행정당국의 심각한 반성을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자치단체의 청소년행정에 대한 기본의식결핍, 인원 및 예산부족 등만 봐도 인천의 10대들이 얼마나 위태위태한 처지에 몰려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대부분 고작 1~2명의 직원이 청소년보호, 징수업무 외에도 공부방, 문화시설 관리 등 전반적 업무를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전문성강화는 고사하고 청소년들이 원하는 방향의 정책수립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다.

소수를 위한 장학금지급이나 백일장 개최 등에 매몰되고 있는 형편. 서구 석남동에 사는 오모씨(43·자영업)는 『구에 청소년을 위한 변변한 체육시설 한 곳 찾아 볼 수 없으며 공원도 어른들 위주로 꾸며놓고 있다』며 『방과후 다른 지역 유흥가로 몰려가는 것을 탓할 수만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지난해 인하대 서규환·박동진 교수팀이 조사한 인천청소년의 의식조사도 시사하는 바 크다. 청소년 1천1백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인천의 생활문화공간에 대한 평가에서 「충분하다」고 답한 이가 고작 4.5%에 지나지 않았다.

70% 가량의 응답자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 대해선 75.3%가 「공연을 보러 가고 싶은 곳」이라고 답한 반면 진행프로그램에 대한 인지도는 10%대에 머물렀다. 청소년 중심의 프로그램 부재를 드러낸 것.

여기에 그나마 존재하는 자지단체의 공원 및 복지관 등도 사실상 청소년을 끌어안을 수 있는 동기유발요인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소년들의 문화흡입욕구는 높은 반면 현실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관계자는 『예산이나 공간타령보다도 담당공무원들이 청소년들의 관심을 진지하게 파악해 행정에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거창한 예산을 들이는 것보다는 동네아파트에 농구대를 세운다든지, 놀고 있는 매립장 등을 활용하는 등 조금만 생각을 전환하면 얼마든지 청소년에게 밝고 맑은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X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