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말단 공무원들에게만 손을 대는 겁니까? 고위직 기관·단체장들에게도 매섭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55명의 인명을 앗아간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건에 대해 최고 책임자들의 문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각종 대형사건 때마다 「면죄부」를 받아 온 기관·단체장들을 그냥 두어선 안된다는 목소리다. 일각에선 이들의 퇴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

화재 참사후 인천시 홈페이지에 설치된 사이버분향소(http://www.metro.inchon.kr)에는 3일 한결같이 단체장과 고위공직자들을 거세게 비난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질 것을 촉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열혈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네티즌은 『행정기관과 단속공무원은 도대체 뭘 했느냐』며 『기초자치단체 책임자인 구청장은 마땅히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역의 도덕적 해이현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총책임자인 崔箕善시장도 물러나야 한다』며 『이와 함께 지역교육 총책임자인 兪炳世교육감을 비롯해 林春奉소방서장, 申輔基인천경찰청장 등은 옷을 벗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朴모씨는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구청장이 삭발하는 것이 책임의 전부인가』라고 개탄하며 『이번 만큼은 끝까지 책임자를 가려내 심판대에 올리자』고 주장했다.

인천녹색연합(공동대표·朴昌和)도 3일 성명서를 내고 『청소년보호법에 호프방, 소주방 등에 청소년 출입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신설한 중앙정부에 이번 사고의 1차 책임이 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등 관계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공동대표·金聖珍)도 이날 성명서에서 『단속책임을 지고 있는 중부경찰서는 분명 이번 사고의 중요한 원인제공자』라며 『책임자인 중부경찰서장은 시민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사퇴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라고 밝혔다.

유가족들도 이날 중구청을 방문, 『청소년 유흥업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중구청과 단체장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구청장 사퇴를 촉구했다.

경찰은 이날 현재까지 화재참사와 관련, 경위급이하 경찰공무원 17명, 중구청 과장급이하 6명, 소방공무원 2명 등 모두 25명의 중하위직 공무원을 소환, 직무유기 및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으나 고위직 공무원은 1명도 없다.

시민들은 『21세기 선진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이같이 후진적인 참사가 발생한 것은 책임자들이 툭하면 면죄부를 받기 때문』이라며 『이번 부터라도 책임자들이 끝까지 책임지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X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