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참사 관련-무너지는 공직사회>
인현동 화재참사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여러가지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은 것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볼 때 공직기강해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무허가 불법영업을 일삼으며 학생들에 술을 파는 업주한테 돈을 받고 비호한 경찰, 직무유기를 한 구청, 학생선도를 외면한 교육당국 등 수두룩하다. 일단 공무원들이 법규정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던 들, 어처구니 없는 인명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 인천의 「공직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비위공직자로 징계를 받는 공무원원도 늘고 있다. 국내 전체적으론 97년 5천9백61명에서 지난해엔 1천4백59명이 늘어난 7천4백20명에 달했다. 이번 화재 참사사고를 계기로 「무너지는 공직사회」를 집중 점검했다. <편집자 註>
▲비리실태
『도대채 누굴 위해 일하는 건지 알 수 없어요. 업주들에게 뇌물이나 받고 주민들에게 위세나 부리는 게 공무원입니까?』 시민들은 인현동 화재사건에서 공무원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듯 중부경찰서 교통지도계장 이성환경위(45)는 문제의 호프집 소유주 정성갑씨(34) 집에 공짜로 세들어 살았다. 정씨와 유착관계를 맺은 이경위는 심지어 정씨가 운영하는 무허가업소에 의경들을 보내 수리를 도와주기도 했다.
축현파출소 부소장 이영재경사(37)는 미성년자 주류판매 신고사실을 받고도 현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근무일지를 허위 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중구청 보건복지과 식품위생팀 신윤철씨(33)는 『구조조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만 일을 하는 관계로 근무의욕을 잃어 호프집 불법영업행위를 단속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구청 뿐 아니라 시청 직원도 정씨한테 돈을 받고 불법영업을 눈감아 준 것으로 밝혀졌다.
부정·부패·무능 공무원에 대한 징계도 「솜방망이」어서 이런 비리를 방조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얼마전 남동구는 불법형질변경을 묵인한 공무원 4명을 자체징계로 처리하는 선에서 그쳤다. 연수구 동사무소 직원은 아파트부녀회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고, 동구 직원도 식당주인에게 돈을 받았으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시교육청도 지난 3월 다방여종업원과 윤락행위를 한 혐의로 불구속입건된 교사 3명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만 내렸다. 대부분 「자기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직사회 비리엔 「위 아래」가 없다. 이헌복 남동구청장은 허가를 조건으로 SK그룹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가 지난 9월 구속된 상태. 검찰 관계자는 『처벌이 강화됐는 데도 비리유형은 더 다양해지고 액수도 커지고 있다』며 『아직도 일부 기관에선 공직기강확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음주운전·도박·교통사고·윤락행위 등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사례도 숱하다. 지난 9월 기원에서 전·현직 경찰과 공무원들이 모여 거액의 놀음판을 벌이다 주민신고로 붙잡혀 물의를 빚었다. 지난 4월과 2월엔 수차례에 걸쳐 10대 여중고생과 원조교제를 하던 윤리교사와 공무원이 적발돼 직장을 떠났다.
▲문제점
이런 공직자들의 비리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역대 정부마다 공직기강 확립과 부패청산을 반복해 부르짖었다. 70년대 유신정권의 「서정(庶政)쇄신」 80년대 「사회정화」, 90년대 「윗물 맑기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직부패 청산 작업은 주로 출범 초 정권지지기반 강화와 이후 분위기 쇄신을 노린 정치적 목적에서 단행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런 정책들은 일관성을 결여한 채 나중엔 유야무야되면서 오히려 공직사회에 무사안일과 복지부동 분위기만 더 키우고 있다. 비리근절을 위한 규제도 기본 원칙이나 타당성을 찾기 힘든 데다 이를 척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미약하다.
올들어 정부가 「반부패특별위원회」를 설치했지만 규정 가운데 일부는 공무원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는 게 공직자들의 얘기다. 정부는 보증인서명금지·출장신고제·후원금수수금지·업무외 취업소득제한·선물수수범위 제한·민원일지작성 등을 공무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현실성이 없는 규정이 많다』며 『구조조정과 함께 이런 문제들이 공직사회의 사기를 떨어뜨리면서 기강해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항변한다.
▲대책
공직기강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선 무엇보다 고질적인 부정·비리 유형에 대한 철저한 감독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어떤 형태로든 금품을 받고 「봐주기식 행정처리」를 하는 공무원들을 추방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규정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규제나 감시 편집자>호프집참사>
화재참사-무너지는공직사회집중점검
입력 1999-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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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1-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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