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화재수사 변죽만 울렸다
입력 199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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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요란했지 알맹이가 없다."
인현동 화재참사사건에 대한 경찰수사가 우려했던 대로 이렇다할 성과없이 마무리되고 있다.
초동수사가 미진해 라이브호프집 소유주 鄭成甲씨(34)의 업소장부 등 핵심자료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 데다 수사대상을 하위직 공무원에 집중한 채 고위공직자에 대해선 뚜렷한 혐의점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55명이 숨진 사건의 파장과 비중을 감안할 때 책임소재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깃털'만 희생양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이번 화재 참사와 관련해 鄭씨와 유착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 52명, 행정공무원 15명, 소방공무원 6명 등 공무원 73명을 대상으로 집중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이 현재까지 사법처리한 공무원은 불과 13명.
이중 구속된 공무원은 공짜로 鄭씨 지하에 세들어 산 중부서 교통지도계장 李성환경위(45)등 경찰 3명과 중구청 위생직원 申윤철씨(33)등 모두 4명뿐이다. 그나마 李경위를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은 모두 하위직이어서 결국 경찰은 하위직 공무원에 집중한 「짜맞추기식」 수사란 비난을 받았다.
경찰은 특히 7일 李世英중구청장과 崔明吉 前중부경찰서장을 비롯 간부직 공무원 10여명을 소환 조사했지만 이렇다할 혐의를 잡지 못해 귀가조치했다. 경찰은 李청장과 崔前서장을 소환하면서 구속할 것처럼 자신감을 보였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경찰은 또 압수한 鄭씨 개인수첩에 드러난 24명의 경찰관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으나 당사자들의 강력한 부인으로 흐지부지되고 만 상태다.
이밖에 경찰이 압수수색 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핵심자료를 확보하는 데 실패, 정황증거만 갖고 혐의대상자들을 사법처리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명예를 걸고 반드시 실체를 밝혀 내겠다"고 밝힌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 주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론에 밀려 성급하게 수사를 벌인 것같다"며 "알맹이 없는 수사결과로 또 한번 여론의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