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니까 실직노숙자가 늘고 있어요."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경기회복추세에 가린 실직노숙자들의 처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에게 급식이나 잠자리를 제공중인 인천지역 보호기관엔 갈 곳 없는 실직자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실업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데도, 실업안전망과 사회적 관심은 미약한 실정이다.

여성 28명, 남성 20명 등 48명의 실직노숙자를 보호중인 계양구 계산 2동 '내일을 여는 집'은 최근 잠자리와 끼니를 해결하려는 실직노숙자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준모대표(36)는 "추위가 닥치자 부평역과 동인천역서 노숙했던 이들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반찬 등을 타가는 저소득가정이 80가족이나 됩니다. 건설로 그나마 생계를 꾸렸던 일용근로자들이 건설경기가 막을 내리면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예요. 인천시의 민간위탁사업중의 하나인 '저소득가정 돌보기사업'을 진행중인데, 1백가정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할 계획입니다. 아마 상황이 심각할 거예요."

이대표는 "보호중인 이들도 재활의지를 잃은 이들이 많아 다음달까지 인천지역 5곳의 노숙자 쉼터와 손잡고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3일 에버랜드로 잠시 나들이를 가기로 한 것도 실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한때 1백여명이 점심을 제공받았던 부평구 십정동 '희망의 나눔터'엔 40여명선으로 급식자가 줄긴 했으나 최근 다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직중인 강모씨(42)는 "드문 드문 있는 '노가다'론 도저히 생활이 안된다"며 "커가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두려움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나눔터의 김준이실무간사(여·29)는 "많은 실직자들이 LNG인수기지, 삼산주공아파트, 영종도 등지서 일자리를 구했는데 겨울이 되면 그것도 끊어질 것"이라며 "날도 추워지는데 공원과 역근처서 노숙을 하는 이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IMF 2년'동안 실의에 빠진 이들중엔 술을 가까이 하는 바람에 건강을 해친 이들도 많다. 31명이 숙식중인 남구 용현 5동 '산돌공동체'에는 알콜중독증상을 보이거나 당뇨,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 및 지자체나 사회적 관심은 경기회복이라는 '거품'에 밀려 매우 낮아졌다.

산돌공동체의 고효식목사(39)는 "지자체가 실직사태에 사실상 손을 놨다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며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과 안정적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