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화재사고가 학생들을 떼죽음으로 몰고 간 결정적 이유는 라이브호프 「바지사장」인 李준희씨(28·구속)가 학생들에게 돈을 받으려고 출입문을 잠갔기 때문으로 검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결국 화재 당시 현장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제기했던 「출입문봉쇄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인현동 화재사건을 수사중인 인천지검 형사 2부(咸貴用부장검사)는 李준희씨한테 『불이 난 직후 학생들에게 돈을 받으려고 호프집 현관 유리 출입문을 잠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30일 오후 6시 55분께 지하 1층 히트노래방에서 복도를 타고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2층 라이브호프로 퍼지자 李씨는 학생들에게 술값 등을 받겠다는 생각에서 쇠문은 그대로 둔 채 유리출입문을 급히 잠그는 파렴치한 짓을 했다. 이 때문에 탈출을 시도하던 학생들은 출입문 쪽으로 몰려 갔다가 빠져 나가지 못한 채 출입구 반대편인 주방과 화장실 등에서 연기에 질식해 3~4겹으로 쓰러져 숨졌다. 실제로 소방관들이 유리창을 깨고 호프집안에 들어갔을 당시 주방쪽에만 60여명이 뒤엉켜 쓰러져 있었다.

咸貴用부장검사는 『李씨가 사태의 심각성을 빨리 인식하고 코팅이 되어 있던 유리창만 깨고 학생들을 대피시켰어도 인명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돈을 받으려고 출입문을 잠궜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咸부장은 『더구나 李씨가 유독성 가스연기에 질식해 쓰러지는 학생들을 놔두고 어떻게 화재현장에서 혼자 주방쪽 환풍구로 빠져나갔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 발화의 원인도 새롭게 밝혀졌다. 검찰은 당초 경찰발표와는 달리 숨진 金모군(17)이 불을 낸 게 아니라 林모군(14·구속)이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 불을 켜다 시너통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검찰은 林군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 林군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林군을 추궁한 끝에 거짓진술이라는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검찰조사에서 林군은 『발화원인에 대한 경찰조사 때 겁이 나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화재원인을 조사하면서 세번씩이나 林군의 입에 놀아났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검찰은 李준희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청소년보호법위반 혐의로, 林군에겐 중과실치사상, 중실화 혐의 등을 적용해 지난 27일 각각 구속기소했다./李榮宰·宋炳援기자·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