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高모군(17·고교 1년)은 집을 나온 뒤 최근 한달동안이나 수봉공원에서 노숙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인천시가출청소년쉼터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그는 「男裝」을 하고 술과 담배를 즐기는 홀어머니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서로 갈등을 겪다 집을 뛰쳐 나갔다. 高군은 『집으로 돌아와 달라』는 어머니의 애원에도 불구, 보육원으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중학 1학년때 자퇴를 한 徐모양(16)은 어머니가 자기를 낳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뒤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학교에서 이른바 「문제아」로 찍힌 아이들과 어울려 가출을 시도했다. 徐양은 주유소,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에 들어갔다 다시 나가는 가출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 가출은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띠면서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가출청소년 상담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홀어머니, 홀아버지를 둔 소위 「결손가정」에서보다 친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정상가정」의 아이들이 전체 가출 청소년의 40%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이 매년 급증하고 있고 그 연령도 낮아지면서 전문가들은 청소년 보호망 구축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왜 가출하는 가.
인천시가출청소년쉼터 김현경상담부장은 『가출은 가정의 미흡한 보살핌, 학교 부적응, 친구들 사이의 따돌림 등 소외된 환경속에서 감행된다』며 『이들은 청소년기의 특성에 따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또래를 찾아 집을 나선다』고 말한다.

1~3일 정도 집을 뛰쳐나가는 단순 가출청소년들은 대부분 친구집, PC방, 거리, 공원 등지를 배회하며 생활하다 더 이상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기 일쑤다. 하지만 「상습적」으로 가출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가정이 해체된 상태에서 집을 나가 시설원을 전전하거나 먹을 것과 잘 곳을 해결하기 위해 유흥업소나 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나 이들 가출청소년중 집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20~30%에 달한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가출 충동과 시기
최근 서울시청소년종합상담실이 중·고생 5백3명을 대상으로 「가출충동 경험여부」를 조사한 결과 45%가량이 가출충동을 느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충동은 여자(51.8%)가 남자(37.5%)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중 3때(53.2%)와 고 2때(49.5%) 가장 충동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정에 대한 불만(74.1%), 학교에 대한 불만(62.8%)이 많았고 전반적인 만족도는 35.4%에 불과해 주변 환경에 불만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인천시가출청소년쉼터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 10월 30일까지 상담한 가출청소년중 중학교에 재학중이거나 중도탈락한 경우가 전체의 54%에 달했고, 고교 재학 또는 중도탈락이 31%를 차지했다. 초등학교 재학중이거나 중도탈락한 아이들도 12%를 차지해 가출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현경부장은 『나이가 어린 아이들중엔 가출후 특별한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도 없어 거리를 떠도는 경우가 많다』며 『가출아동중 15%가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가출환경
우리 사회 통념상 「가출」은 결손가정의 결과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가출청소년들의 통계를 보면 친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천시가출청소년쉼터(98년 1월 1일~99년 10월 30일) 통계를 보면 가출청소년의 42%가 친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편부(17%), 친부양모(13%), 편모(12%)인 경우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반면 고아 가출(5%), 양부친모 가출(2%)은 극히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부장은 『가출한 아이들이 이미 집을 나간 뒤 생계대책 등을 호소하는 상담전화가 많게는 하루 5~6통씩 걸려 온다』며 『이들은 소위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권위적인 부모, 형제간 갈등에 휩싸여 가출해 그동안 억제했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실태와 대책
가출청소년들중엔 특히 가출할 때 행선지나 목적 등 가출방법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경우도 20%에 달해 가출청소년들이 비행을 저지르거나 어른들의 성적, 경제적 착취 대상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시설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인천지역에는 현재 중구에 있는 가출청소년 쉼터에 상시직원 3명과 공공근로요원 2명이 가출청소년 상담 및 보호에 나서고 있다. 연 예산 5천9백만원으로 총 인원 15명을 수용해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고작이다. 개인상담을 비롯해 검정고시 학습지도, 의료 및 이·미용서비스, 부식비까지 대야 하는 실정에서 이들의 고충은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