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PC게임방이 원조교제 등 청소년들의 탈선과 각종 범죄대상 장소로 악용되고 있다. 일부 여학생들은 방학을 맞아 아예 PC게임방에서 살다시피하면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원조교제 상대를 구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각 통신매체 채팅사이트에는 '재미있게 놀아 드려요', '17 고딩 용돈 구함' 등 노골적으로 원조교제를 원하는 청소년들의 대화방도 부쩍 늘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7일 오후 8시께 인하대 후문가 W PC방에서 만난 金모양(16)은 “PC통신을 통해 아저씨들을 만나 데이트를 즐기는 친구들이 많다”며 “그 중에선 용돈을 받고 원조교제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업소 주인 金모씨(34)는 “방학이라서 그런지 게임방에서 살다시피하며 채팅을 하는 여학생들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원조교제를 하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용을 막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중구 동인천동 A PC방에선 30~40대 남자 어른들이 채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회사원 崔모씨(34·중구 도원동)는 “PC통신을 하다보면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다”며 “가끔 어린 여학생들이 술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데이트를 한 다음 용돈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 30분께 남구 S PC방을 찾은 2명의 여학생들도 낯선 '아저씨'들과 채팅에 열중하고 있었다. 10시가 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한 여학생은 통신중 적어 놓은 전화번호 메모지를 갖고 나갔다.

그런가 하면 PC 게임방을 매개로 한 절도범죄 등도 잇따르고 있다. 黃모씨(여·21·남구 학익동)는 얼마전 PC방에서 통신을 통해 우연히 또래 남자와 대화를 나누다 속칭 '번개팅' 제의를 받고 남구 주안역 인근 K호프에서 만났다. 그런데 술을 마시다 화장실을 다녀온 黃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현금 10만원과 신용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회사원 朴모씨(32·남동구 구월동)도 지난해 10월 볼링회원을 구하려고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들어갔다가 黃씨와 같은 수법으로 당했다. “한번 만나 얘기하자”는 상대방 제의를 받고 남동구 간석동 V나이트클럽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밝힌 20대 중반의 金모란 남자를 만나 술을 마시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승용차 안에 있던 64만원 상당의 금품을 털린 것.

이와관련, 경찰 관계자는 “요즘들어 컴퓨터 통신을 이용한 각종 범죄가 부쩍 늘고 있다”며 “피해를 당했을 땐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