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장들이 너무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 98년 개정한 선거법을 적용하는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15일부터 자치단체장 등의 제한·금지 행위 기간에 들어간 이후 논란의 소지가 있는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매년 열었던 통상적인 구정관련 행사도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자문을 받아 개최여부를 결정하는가 하면 주민들이 모이는 외부행사의 주최나 참석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구정홍보위원과 주부명예기자 등 40여명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구청 강당에서 열려던 A구청장은 지난 12일 선관위에 행사개최 적법성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지난 95년부터 매년 실시하던 행사였지만 선관위가 '구정설명 자료를 돌리고 간담회 후 참석자들의 기업체 견학에 관용버스를 제공하는 것은 선전 및 기부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고 답변함에 따라 구는 간담회를 취소했다.
B구청장은 지난달 21일 관내 노인게이트볼팀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기념으로 열린 단합대회에 참석해 격려하기로 했으나 '몇표를 의식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참석하지 않았다. 구는 특히 지난달 27일 환경미화원 13명의 정년퇴임식을 가족을 동반한 행사로 치를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취소하는 바람에 대상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C구청장도 지난 11일 구청대강당에서 열린 장애인지도자 신년 교례회에 지역구 국회의원과 함께 참석하기로 했다가 선관위에 문의한 뒤 불참했다.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우려해 매년 통상적으로 열던 행사에도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D구청장과 E구청장의 '주간행사계획표'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14~19일)에도 한차례의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것 외엔 모두 공란으로 되어 있다. 선거를 앞둔 예년 이맘 때면 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를 계획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지만 올해는 '가급적 행사주최를 자제하라'는 단체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구 관계자의 귀띔이다.
인천시선관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행사참석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묻는 자치단체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가급적 논란을 피해 가겠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상적인 구정활동까지 자제하는 등 너무 몸을 사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