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23일 최고위원회의와 원내외 지구당 연석회의를 열고 대선 패배이후 당의 진로 모색에 나섰으나 지도부 사퇴와 전당대회 시기, 당 개혁 방안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다.

한나라당은 오는 27일 천안 연수원에서 원내외 위원장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당의 진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지도부 사퇴

당의 쇄신책을 마련할 비상기구를 만든 뒤 즉시 퇴진하자는 의견과 비상기구를 통한 수습책을 만들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시점에 물러나야 한다는 방안이 맞섰다.

서청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직을 사퇴했으나 최고위원들이 “수습이 우선”이라며 재신임했고, 당3역과 대변인의 사표도 반려됐다.

강재섭 강창희 최고위원은 “우리 지도체제에서 대선 실패로 이회창 후보가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우리도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박희태 최고위원은 “쇄신도 단합을 위한 것” “서청원 대표에게 힘을 주고, 대표의 결단을 따르자”며 조기사퇴에 반대했다.

●전당대회

지도부 사퇴 시점과 맞물리면서 최고위원 및 의원들 사이에서 '조기전대론'과 '선개혁-후전대론'으로 나뉘고 있다.

서 대표는 이미 새정부 출범 이전 전당대회 개최 방안을 제시했고 최병렬 강재섭 안택수 의원 등이 동의하고 있으나 김진재 이부영 김영춘 의원 등은 “당 개혁 등 진로 설정이 우선”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서 대표는 “조기 전대만이 대선패배에서 벗어나 당이 단합하고 화합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부영 의원은 “개혁을 철저히 한 뒤 전대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맞섰다.

●쇄신기구·당개혁 방안

당의 전면적 쇄신을 위한 특별기구를 구성하자는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으나 기구 구성원 배분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미래연대를 중심으로 한 소장파 의원들은 구 민정계 출신 인사 등 '낡은 정치인'으로 비쳐질 인사들에 대한 비대기구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진급 의원들은 “당 화합에 위배된다”며 '노장청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당 개혁 방안은 소장파들의 경우 '원내정당화' '인적청산'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중진의원들은 제도개혁쪽에 무게를 뒀다.

미래연대와 희망연대는 당개혁방안에 대해 공동대응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 민주당

민주당 개혁을 위한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고 나선 조순형의원등 23명의 궁극적 목표는 2004년 총선이며, 그 범위는 한나라당 일부의원을 포함한 범 국민개혁세력의 결집에 있다. 23일 노무현 당선자와 한화갑 대표의 조찬회동 뒤 최고위원회의는 당개혁추진 실무기구를 신설한다고 했으나 신기남, 추미애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의 일괄사퇴를 주장하면서 사퇴했다.
 
신·추 두의원의 주장은 한결같이 “국민들은 이미 민주당을 버렸으며 노 후보의 당선은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깨어난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공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다시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당선자는 “당정은 분리돼 있으므로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한 대표는 “건의를 충분히 수렴할 수 있도록 당개혁추진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개혁세력의 초점은 대선과정에서의 당내 비노, 반노세력을 지칭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경선에 의해 선출된 정통성있는 노 후보를 흔들고, 후단협 등을 결성한뒤 일부는 한나라당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따라서 노무현의 당선은 국민들이 이뤄준 만큼 민주당이 무임승차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자연스럽게 논공행상에서도 선순위를 정해놓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당분규 과정에서 성의가 부족했다고 판단되는 정균환 원내총무, 중도개혁포럼의 한광옥 대표, 김영배 고문, 유용태 사무총장의 파동을 방치했던 한화갑 대표, 박상천 최고위원 등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을 의미하고 있다. 소장파개혁세력이 국민적 요구임을 내세워 추진하는 민주당의 환골탈태는 현실적으로 김대중 1세대에서 노무현 세대로의 권력이동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노무현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일까지 2개월동안 여야를 포함한 정국은 대지각변동에 가까울 정도의 격동을 의미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모두 사퇴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의 새로운 틀은 개혁국민정당과 한나라당 일부 참신한 얼굴들, 재야인사들을 포용할 수 있는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한뒤, '노무현대통령'에 걸맞는 대표를 옹립하고 대통령취임전후에 전진대회를 열어 추인할 전망이다.

민주당과 노무현 당선자의 목표가 2004년 총선이라면, 그 방법은 여야를 포함한 참신한 인사들에게 '열린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정권의 교체는 민주당내 지도부의 교체, 정치권 신구의 교체는 물론 제 3신세력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