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 의석을 훨씬 넘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안' 처리가 유보되면서 향후 전개될 여소야대의 험난한 진로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올랐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인수위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이 이날 한 일간지가 노무현 당선자측이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금융감독위원장 등 이른바 ‘빅4’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이번 조각(組閣) 때는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한 것을 문제삼아 법안의 본회의 상정 처리를 유보시켰다.

한나라당은 더 나아가 이 법안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
'빅4'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번 대선 때 민주당 한나라당 모두가 공약한 바 있으며 지난 27일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총무회담을 통해 인수위법 처리에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한나라당이 보여준 법안 처리 유보는 단순히 '빅4' 인사청문회 미실시 방침에 대한 제동뿐만 아니라 향후 전개될 정치일정 등에 대해서도 '그냥 밀리지만 않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김용균 의원이 “노 당선자의 공약 파기를 확인했는 데도 총리청문회를 사전에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한나라당이 선거공약 파기를 동조, 묵인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박승국 의원은 “이런 식으로는 우리 당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고 말한 대목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북핵 사태와 관련,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상황 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며 당 '북한 핵무기 대책특위(위원장·최병렬)'가 조만간 당소속 의원들을 미국에 파견키로 하는 등 독자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학자들 중심으로 구성된데 대해 “미덥지 않다”며 우려를 표시한 것도 이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민주당의 필요에 의해서 국회를 여는 것은 지양해야겠다”며 “원내 제1당인 우리당이 국회를 주도해서 원칙을 갖고 국회를 열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박종희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총무간 합의사항을 한나라당이 의총에서 갑자기 일부 언론보도를 이유로 반대했다”며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해주지 않겠다면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도 향후 전개될 여소야대 정국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