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문희상-유인태 트리오의 정무보좌 인선은 2004년 4월 총선때까지의 노무현식 여소야대 정국 주도권전략의 기조를 보여준다. 의정부 출신의 문 의원은 중도적 성향에 국정경험이 돋보이고, 서울출신의 유인태 전 의원은 '통추'시절부터 노 당선자와 함께 동지적 관계를 이어온 '적이 없는 사람'이다. 호남출신의 김 고문은 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 야당지도부와의 조정자 역할이 예상된다.

노 당선자가 당선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대야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우선해 나가겠다”는 뜻과 같은 선상이다. 그러나 김-문-유 트리오는 대야대화를 위한 협상채널이자, 노 당선자가 줄곧 주장해온 정치권의 이념적 재편을 위한 엔진으로 가동된다는 양면의 칼날적 성격이 있다.

대화와 타협으로 끊임없이 노력해 가는 모습을 국민에게 직접 어필해가는 한편, 정치개혁에 목말라하는 한나라당 개혁성향의 원내외 소장파세력들에게 '개혁의 촉매제'를 던져 대화를 위한 긴장감을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향후 총선까지의 노무현식 원내전략은 “끊임없이 먼저 야당과 대화하는 노력을 국민들에게 어필해 명분의 주도권을 쥐어가면서, 한나라당의 약점인 한지붕 여러가족에서 비롯되는 리더십 부재와 정체성을 극대화해 수적 열세를 극복해 가겠다는 이중전략이 깔려있다.

같은 맥락에서 새정부의 국무총리, 국정원장, 감사원장,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있기전부터 노 당선자가 야당의 대표 등과 폭넓게 대화해 동의를 요청하는 동시, 국민여론을 몰아 압박해갈 전망이다.

이날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즉각 “노무현 정권은 좌파 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 이규택 총무는 “노 당선자는 '허니문 정치'와 총리 및 이른바 '빅4' 청문회 문제 처리를 위해서라도 야당 대표와 만나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사실상 회동을 제의한 것도 김-문-유 라인업의 의미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한나라당측은 한나라당 차원을 넘어 정치권 전반에 불어닥칠 세대교체와 개혁의 소용돌이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누차에 걸쳐 한나라당내 소장개혁파의원들을 영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장개혁파들이 자발적으로 이탈하거나 당내에서 독자적인 입장을 구축하는 것은 막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대화와 타협, 끝없는 야권의 긴장감으로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