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사업백지화 발표와 하루만의 발표철회는 대통령직인수위 담당분과 내부의 토론과 의견합의 과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인수위가 25일 경인운하 사업중단을 요청하고, 26일 “공식의견이 아니었다”고 철회한 대목은 인수위 내부의 전문성 부족과 직결된다.

경인운하 백지화 결정과 철회소동에서 보여지듯, 인수위는 정부, 기업체, 지역여론 등을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채 환경운동단체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결과에 너무 의지한 인상이었다.

더욱이 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의 김은경 인수위원은 “경인운하사업의 전면 중단 요청방침은 인수위의 공식의견”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제하고 있었다. 그것도 숫자를 수정하기 위해 두번에 걸쳐 발표했다. 김 위원의 발표는 “KDI의 타당성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여성분과와 경제2분과, 교통부, 환경부, 시민단체 등과 세밀한 검토를 거친 결과 경인운하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봤다”는 게 요지다.

그러나 25일 당시 사회문화분과의 김 위원이 발표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막중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기자들은 “현장에 가봤느냐”, “이 발표가 미칠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느냐”는 등의 질문을 수차례 던졌다. 김 위원은 “현장에 가봤고, 사업타당성 조사 이외의 사항은 다른 부처에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회분과뿐만 아닌 경제분과, 인천과 경기도, 서울 등의 정무분과까지 논의가 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따라서 인수위가 하루만에 김 위원의 이같은 발표를 '역백지화'한 것은 당연한 결정으로 보인다. 발표당시부터 통상 분과회의→간사회의→전체회의→당선자 보고로 이어지는 내부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은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순균 대변인이 “전날 발표는 분과차원의 의견이며 향후 추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공식의견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사회운동과 환경논리를 우선시하는 사회문화여성분과와 건설논리를 우선시하는 경제2분과간의 대립의 흔적도 엿보인다. 전날 오전 발표직전 양 분과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회를 가졌으나 입장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튼 '경인운하사업 백지화발표'와 '발표철회' 파동은 대통령직인수위가 범해서는 안될 '책임'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1조8천억원의 국책사업에 대한 발표와 번복과정은 노무현 당선자에게 고스란히 짐이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경인운하 건설사업의 타당성과 추진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제 완전히 노 당선자의 몫이 됐다”는 전망도 부담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