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4일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대북송금 파문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한 것은 남북관계와 국익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계속 버티기만 할 경우 파문이 증폭돼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퇴임을 불과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서 직접 대국민해명에 나선 것은 이번 파문의 진상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고, 모든 책임을 최고통치권자가 지겠다는 점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통령은 먼저 대국민 해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이 문제(대북송금 파문)가 본격적으로 시비의 대상이 되자 남북관계와 국가이익을 위해서 법적 추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국민을 혼란케 하고 있기에 부득이 그간의 경위를 국민에게 말씀드리고 여러분의 이해와 협력을 바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어 “참으로 죄송하기 그지 없다. 저 개인으로서도 참담하고 가슴 아픈 심정일 뿐”이라면서 현대상선의 대북송금이 실정법상 문제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이제 이것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이상, 정부는 진상을 밝혀야 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은 현대상선의 대북송금이 법적으로는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이뤄진 것인 만큼 '국민적 이해와 아량'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그리고 북의 폐쇄성 때문에,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불가피하게 비공개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게 김 대통령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대북송금 파문이 '정치적 결단'에 의해 마무리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민과 정치권의 협력을 요청했다.

대북송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경우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국익발전의 기회를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북한 핵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여야 정치권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김 대통령은 “여야 정치인 여러분께도 호소한다”면서 “국익을 위해서 각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검제 도입이나 법률적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대통령은 “특검이 됐건 여하튼 법률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국익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이미 표시했다”면서 “앞으로도 정치권에서도 남북관계와 국익을 생각해 그런 방향에서 선처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는 현대의 대북송금 배경과 정부개입 여부, 남북정상회담과 현대 대북사업의 관련성, 남북정상회담 대가 여부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대국민 해명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대북송금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미 이번 해명에 대해 “대북송금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기에는 미진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한나라당도 '특검제 도입을 통한 규명'이란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