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려면 미련없이 떠나고, 남아 있으려면 조용하게 사는 방법을 배워라'.
인천 공항신도시에서 처음부터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다. 어느 주민은 지역상권과 관련해 “공항신도시에선 떡집만 잘된다”고 말한다. 음식점들의 폐·개업이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조성된지 3년된 공항신도시에는 현재 4천658가구 1만2천여명이 살고 있으며 유입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반면 전출 역시 매월 평균 200여 가구에 이른다. 지난 5월에 비해선 1천600가구 3천700여명이 늘어난 상태.
공항신도시내 상가와 아파트는 꽉 들어찼다. 25일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창보다가구 주택의 400여 세대가 들어서면 공동주택은 끝나고 단독주택만 늘릴 수 있다.
따라서 이달 말이면 공항신도시내 모든 택지에는 공사현장이 없어지며 거의 완성된 도시로 변화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지역의 상권과 교육 문제는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상권의 경우 현재 영종오피스텔을 비롯해 무려 50개동의 상가 건물과 호텔 등이 들어서 있다. 이미 신도시에는 상가 2필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상가 건물이 들어찼다.
여기에 대부분의 음식점이 자리잡고 있는데, 인구수에 비해 음식점이 너무 많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무려 500여 곳에 달하는 음식점들이 매일 숨막히는 생존경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곳에는 1년 전 부동산중개업소가 40곳에 달했으나 지금은 17곳만 남아 있다.
음식점의 경우 영업을 개시한 후 6개월을 못버티고 새주인을 찾는 현상이 지금도 계속된다.
이렇게 신장개업하는 업소 덕분에 떡집이 잘된다는 것이다.
이 곳 음식점들은 대부분 공항종사자와 오피스텔 상주인구를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 그러나 이 영업전략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항종사자들은 대개 공항내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으며 일과 후에도 신도시까지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음식점은 공항신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외식을 제공하는 한계에 부딪혀 있는 것이다.
특히 외식의 경우 주말에 '호황'을 누려야 하지만 주 5일제 근무 이후 공항신도시 거주자들중 상당수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시원치 않다.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는 도시 전체가 공동화 현상을 보이면서 오히려 주말장사가 더 안된다고 한다. 업소 주인들은 임대료조차 못낼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나마 여행사와 공동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업소는 괜찮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점을 운영하는 S 만물상은 여행사와 손잡고 관광객이 출국 전에 면세점을 방문, 물건을 사서 공항으로 가도록 하는 독특한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해에 면세점 한 곳이 문을 연데 이어 올해는 2곳이 추가로 들어섰다. 이들 면세점은 신도시 거주민을 영업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의 김치나 김 등 우리 고유의 상품들을 팔고 있다. 이들은 통역을 위해 아예 일본인이나 중국인 점원을 두는 등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은 “신도시의 상권이 새로워지려면 여행사, 관광회사 관련 단체 등과 손잡고 출국 전 마지막 쇼핑거리로 업종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도시 상권은 이제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에 들어서는 상권과 또다른 경쟁을 벌여야 한다. 국제 업무단지에 들어서는 E-마트를 비롯해 대형 식당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들어서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공항신도시내 입주자들은 대형마트와 식당가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내 소규모 상점이나 음식점들이 또다시 어려움에 부딪힐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교육환경도 문제다.
신도시의 공항초등학교는 이미 학생수가 법정 정원수 800명을 초과한 1천400여명에 이른다. 반면 공항고등학교 학생은 현재 73명에 불과하다. 신도시내 고교에서 교육을 받기 꺼려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에서 비롯된다. 초등학생은 신도시에서 배우게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지만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교육수준을 따지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항중고등학교측은 시내 다른 학교보다 실력이 우수한 교사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학부모들이 이 곳 신도시를 섬지역으로 인식해 상급학교 진학을 기피하는 현상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게 이들 교사들의 얘기다.
또하나 공항신도시에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주민들의 문화욕구를 채우기 위한 소규모 문화 마당과 노인·청소년 등을 위한 복지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지역공동체를 위해서도 이들 시설은 꼭 있어야 하고 주말과 휴일에 다양한 행사를 펼쳐 주변 상권도 동시에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공항신도시 상권·교육 문제점 심각
입력 2003-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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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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