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2'. 얼핏 우리나라와 동남아 국가간 축구경기 스코어를 연상케하는 숫자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나라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지방자치가 시작된지 10여년을 훌쩍 넘겼지만 우리의 지방자치는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수준인 현실속에서 지자체가 완전한 자주재정시스템을 갖추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자체들은 기업 본사나 공장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고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무모한 사업은 실패로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 이전의 파급효과는 요식업이나 유흥업 등 서비스업에 국한되고 있다.

결국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세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지역경제와 지방재정을 함께 불붙여야 한다.

◇세금낼 명목이 없다=지난 2000년 한햇동안 수원에 위치한 삼성 4개사가 납부한 국세 총규모는 약 1조원. 반면 시나 도에 납부한 지방세액 규모는 100억여원에 불과하다.

이천시에 있는 두산, 진로 등 4곳의 주류공장이 내는 주세와 부가가치세도 연간 5천억~6천억원이상으로 추정되지만 막대한 규모의 이 세금들은 고스란히 중앙정부가 가져간다. 이러한 조세제도속에서 기업의 지역기여도를 논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없는 논쟁이다.

현재 기업들이 납부하는 국세와 지방세는 각각 16개 정도로 규모는 비슷하지만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수년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95년 78.8대 21.2를 정점으로 98년 79.8대 20.2로 변하더니 지난 2000년에는 81.1대 18.9로 더욱 차이가 벌어졌다. 반면 미국은 59.1대 41.0, 일본이 58.5대 41.5수준인 것을 보면 불균형 정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쉽게 알수 있다.

특히 재원확충을 호소하는 지자체의 요구가 있을때마다 정부는 국세의 지방세 전환같이 근본적인 개선책보다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교부세나 보조금, 양여금 같은 이전 재원을 늘려왔다.

특히 중앙의 통제가 강한 국고보조금의 경우 지난 95년 7.8%에서 2001년 14.4%로 대폭 늘어났다.
게다가 국세는 신장성과 탄력성이 높은 소득 및 소비과세의 비중이 높은 반면 지방세는 전체의 57.5%가 재산과세여서 부동산 경기에 따라 세수규모가 들쭉날쭉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중앙정부가 돈되는 '알짜배기' 세원을 갖고 돈안되는 '쭉정이'들만 지방에 있는 셈이다.

◇세제개편이 유일한 대안=지방자치의 기초적인 시스템은 주민이 돈(지방세)을 내고 이에 걸맞는 지방행정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만약 지자체가 필요없는 사업을 취소하면 그만큼 주민들의 지방세부담은 줄어들게 되고 행정서비스 강화를 원할때는 지방세를 더 내면 된다. 이처럼 기초적인 지방자치 시스템은 비합리적인 조세제도때문에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돈이 없으니 권한이 없고, 권한이 없으니 책임도 없게 돼 결국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만 깊어질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세인 부가가치세를 국가·지방공동세로 전환, 10%정도를 세원으로 하는 지방소비세를 신설하고 지역개발에 따른 지가상승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지방소득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대부분 국고로 귀속되는 환경개선부담금과 교통범칙금 등도 실제 업무가 이뤄지는 지방에 돌려주고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는 공립학교 교원봉급도 국가가 부담하는 등 다양한 세법개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