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하나,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 발광신호 대기, 발광신호 확인.”, “한라산 하나, 한라산 하나. 여기는 백두산하나 감도는….”
 
남북 해군 함정들이 14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가량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해상 5개구역에서 국제공용주파수를 이용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무선 교신하는 데 성공했다.
 
남북은 이날 연평도와 대청도, 백령도 등 NLL 인근 5개 섬을 5개 구역으로 나눠 제1구역에서 오전 9시부터 15분간 첫 교신한 뒤 15분 쉬고, 2, 3, 4, 5구역에서도 국제상선공통망(주주파수 156.8㎒, 보조주파수 156.6㎒)을 이용해 교신했다. 해군 관계자는 통신음의 크기와 맑기 정도를 나타내는 감명도는 1∼5단계로 나눠지며 양측은 “여기는 감명도 둘… 소리를 더 높여라”는 등의 신호를 주고 받으며 통신음을 양호한 상태로 조정한 뒤 본격적인 교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연평도 1구역과 대청도 3구역 해상에서는 2척의 고속정이 각각 오전 9시15분, 10시15분부터 5노트 속도로 북한 육도와 기린도 해상에서 남하하는 북측 함정을 향해 접근하면서 기동통신을 시험했다. 이들 함정은 또 국제상선공통망의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기관고장 등으로 함정간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진 상황에 대비해 준비한 보조통신 수단인 기류(깃발)와 발광(불빛)신호로도 시험교신을 했다.
 
1999년 6월 연평해전과 2002년 6월 서해교전 때 서로 총구를 겨눴던 평택 2함대사령부와 남포 서해함대사령부 소속의 함정들이 이날 충돌방지를 위한 교신에 성공함으로써 서해상 긴장관계 종식을 향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꽃게잡이철 때마다 되풀이돼온 NLL 인근 해상에서 남북 함정들의 대치상태를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라고 해군 관계자가 설명했다.
 
양측은 또 경의선 도로·철도 구간에 매설된 유선통신망을 이용해 이날 오전 9시 NLL 해상에서 불법 조업중인 중국 어선의 조업 시간과 위치, 척수 등의 정보를 처음으로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