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대북송금 특검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데 대해 한나라당이 '고강도 투쟁'을 선언한 반면, 민주당은 '무모한 발목잡기'라고 대응하는 등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새 특검법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하고 사안별 국무위원 해임안 처리 강행 등 잇단 강공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어서 여야의 정면 대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수사를 막은 노 대통령은 국민적 심판과 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을 확신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처절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고 모든 책임은 노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 대통령의 수사기간 연장거부로 대북송금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실체적 진실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며 새 특검법안을 오는 30일이나 내달 1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으며 새 특검법에 대해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곧바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새 특검법의 수사 대상을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현대 비자금 수수 의혹 ●산업은행 대출금 4천억원 중 송금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1천700여억원의 행방 ●16대 총선 직전 현대상선 비자금 200억원의 정치권 유입 의혹 등으로 확대하고, 수사기간은 최소한 120일 이상으로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노 대통령과 형 건평씨 재산의혹 등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금명간 국회 국정조사요구서도 제출, 특검법안과 같은 시점에 처리키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대철 대표도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고심끝에 내린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며 “야당의 정치공세가 있을 것이지만 우리 당은 경제와 민생챙기기에 진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균환 총무는 “한나라당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새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하는데 더 이상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민생국회, 예산국회의 생산적 국회활동에 협조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를 운영하면 국민에게 고통만 가중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을 열고 150억원 의혹 사건과 관련, “박지원 전 실장이 받지 않았다고 했고 검찰에 고발조치 했으므로 검찰이 조사하면 된다”며 한나라당의 새 특검법안 처리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자민련은 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특검 취지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난한 반면, 개혁당은 “다행스런 결정”이라고 환영했다./정의종·이재규기자·jaytw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