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나흘간 중국을 국빈 방문하기 위해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7일 낮 베이징공항에 도착, 왕이 외교부 부부장의 환영을 받으며 악수하고 있다.〈연합〉
7일 베이징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확대 다자회담' 개최를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합의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5자회담 또는 6자회담 수용을 강력 압박했다.
 
이와 동시에 양국 정상이 베이징 3자회담으로 형성된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나가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강화 움직임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불용 ▲한반도 비핵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정착 등의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중국의 대북관계를 감안할 때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선 한미정상회담(5월15일)과 한일정상회담(6월6일)에서 직·간접으로 언급됐던 '추가적인 조치'나 '더 강경한 조치' 등의 언급이 나올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중 정상의 '확대 다자회담 공동노력' 합의는 중국측이 동남아지역안보포럼(ARF) 회의 때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5자 회담 등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동의한다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보다 한층 더 명시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중국의 활발한 대미외교 활동의 결과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같은 확대다자회담 공동노력과 함께 '대화 모멘텀 유지' 합의는 당장 8월 말까지 북한이 다자회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수로 건설 중단이 예상되고 이후 미·일의 대북 제재국면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상황의 추가악화를 방지해야 한다는 뜻이 강하게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북핵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폐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 확보에 주력한 것도 이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노 대통령은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기류를 의식, 과거와 같이 북미 양자대화를 촉구하거나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추진과 대북 제재 등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도 피했다.

지난 5월 방미 정상외교를 통해 가까스로 복원해놓은 한미동맹관계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중 양자관계 분야에서,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를 '전면적 협력관계'에서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 올해로 수교 11돌을 맞은 양국관계 발전에 중대한 전기를 마련했다.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한중 양국이 수교 이래 지난 10년간의 협력관계 증진에 만족하면서 더욱 심화발전된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향후 5년간 참여정부의 대중외교 기반을 구축하는 중요한 토대로서뿐 아니라 10~20년의 장기적 관점에서 양국관계의 틀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두 정상은 이같은 틀에 따라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기반을 강화해 나가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도 개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 방중때 5대협력 사업에 합의했다면 이번엔 ▲차세대 정보기술(IT) 협력 ▲미래첨단기술(BT·NT) 분야 협력 ▲중국의 서부 대개발 사업 협력 ▲베이징~상하이 고속철건설 협력 등 10대 협력사업을 선정, 적극 추진하는 방안을 중점 협의함으로써 양국간 실질협력 발전의 깊이와 폭을 보여줬다.

현재 한중 양국은 서로 세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으로, 지난해 교역규모가 4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양국 국민간 교류는 226만명에 달했다. 투자면에서도 중국은 한국의 제1의 투자대상국이다.

여기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대외개방 확대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5년내 한중 양국은 쌍무교역 1천억달러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도 당면현안인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기틀마련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지만,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자신의 동북아시대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한중간 실질 협력 및 교류 강화를 위한 토대 마련을 더 큰 실제적인 성과로 꼽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베이징/박춘대기자·pc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