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1일 고 건(高 建)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북핵관련 대정부질문에 나서 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의 북한 '고폭실험' 발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당자자간 대화' 언급 등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북한이 제네바 합의 이후인 지난 97년부터 2002년 9월까지 평북 용덕동에서 70여차례에 걸쳐 고폭실험을 했으며 우리 정부는 98년 4월부터 이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고 원장의 지난 9일 국회 정보위 보고와 관련해 발언의 진위여부, 배경 등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북한이 고폭실험을 계속했다는 것은 핵폭탄을 제조한 수준이 되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 있으며 고폭실험이 사실이라면 금창리에서 15㎞ 떨어진 용덕동에 대한 미국의 사찰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발언의 진위여부를 추궁한뒤 "한중정상회담, 제11차 남북장관급 회담 등이 진행중인 미묘한 시점에서 고 원장의 '고폭실험' 주장이 나온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같은 당 이창복(李昌馥) 의원은 "안보상 이유로 비공개돼야 할 국회 정보위의 보고가 일부 의원들에 의해 정략적 목적으로 공개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이런 관행속에 한반도 핵위기가 과장되고 국내경기는 위축되며 국민들은 불안에 떨게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 이병석(李秉錫) 의원은 '98년 4월부터 고폭실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고 원장의 보고와 관련, "이는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출범초부터 북한이 고폭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도 햇볕정책을 추진하고, 대북지원과 대북송금을 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 진(朴 振) 의원은 "북한의 고폭실험도 무시한 햇볕정책의 충격적 실상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대북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면서 "미국은 KH-12 첩보위성을 통해 북한의 금창리 남동쪽 10km 지점에 건설된 기폭실험장에서 97년부터 핵실험에 필요한 고폭실험이 세차례 이상 실시된 사실을 포착해 한국측에 알렸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추궁했다.

특히 박 의원은 "고폭실험의 의혹을 먼저 확인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으며 당시 고폭실험장 주변의 흙과 물을 극비리에 수집.분석한 결과 플루토늄 흔적을 발견했다는 설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맹형규 의원은 "지난 65년에 러시아가 공급하고 북한이 영변에서 지난 80년부터 가동한 연구용 원자로 'IRT-2000'에서 생산되는 폐연료봉을 동위원소 생산가공연구소에서 재처리해 최소한 4㎏가량, 영변 흑연감속 원자로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6.9-10.7㎏의 플루토늄을 입수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면서 사실확인을 요구했으며 홍문종(洪文鐘) 의원은 "북한이 4-5개월 안에 핵무기 3-5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해 핵폭탄 제조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의원은 "노 대통령은 미.일과의 회담에선 5자회담에, 중국과의 회담에선 '당사자간 대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도대체 '당사자간 대화'의 참 뜻은 무엇이며 회담 형식조차 이렇게 갈팡질팡해서 어떻게 회담을 한다는것이냐"고 추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