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난해 실·국장급에게 인사 및 조직관리 재량권을 주는 책임경영제를 선언했을 때 참신한 발상이라는 평가가 앞섰다.

지연·혈연 등 연고 위주의 인맥형성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 보다는 능력 있는 인재를 골라 쓰려는 경쟁을 통해 타성에 젖은 관료조직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기대가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했던 부작용이 벌써부터, 그것도 행정력에 손실을 줄만큼 크게 드러나고 있다는 소식엔 착잡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청내엔 『어느 부서는 누구의 사조직』이라느니 『00파가 어디를 장악했다느니』하는 루머가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인사청탁에 나섰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동료의 비리를 투서하는 행위도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편가르기 인사로 인해 공직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개탄의 소리도 들린다.

아직 책임경영제의 「득실」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감이 없지 않으나 상태가 이 정도라면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정실인사가 행정조직에 끼칠 악영향은 심각하다. 우선 소신행정이 이뤄지기 힘들다.

상하좌우에 나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우리 패거리」가 포진하고 있는 조직에서는 합리적인 판단 보다 이해관계가 앞설 수밖에 없다.

각 패거리 간에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불필요한 경쟁이 빚어지면서 행정력을 소모해 버릴 가능성도 높다.

 정실인사는 또한 투명행정의 토대를 무너뜨린다.

「팔은 안으로 굽는」분위기에서 어떻게 맑고 깨끗한 행정을 기대할 수 있는가.

줏대도 없고 비리의 여지를 여전히 껴안고 있는 행정으로는 우리 시대의 과제인 개혁을 담당할 수 없다.
오히려 개혁의 걸림돌이 될 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인사는 만사다. 경기도는 더 늦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책임경영제의 본뜻을 저버리고 재량을 남용하는 인사권자를 가려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특정 조직이 특정 연고자 일색으로 채워지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고 적정한 인사가 이뤄졌는지 사후에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