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70여명이 부상을 당했을 뿐 숨진 이가 없는 것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포항공항 활주로 너머 잔디밭에 동체가 두동강 난 채 처박힌 대한항공 DC_83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심경은 참담하다.
얼마나 더 많은 사고를 겪어야 우리는 안전한 항공운항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엊그제 포항사고는 우려했던 폭발이 없었고, 승객들이 차분하게 기체를 빠져 나오기는 했지만 20여명이 크게 다치는, 또 한 번의 끔찍한 항공사고다.
비행기사고가 으레 그렇듯이 포항사고도 악천후와 순간 돌풍에 의한 천재지변인지, 제동장치 등 기체결함 때문인지, 조종사의 과실인지 정밀한 조사를 거친 후에야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항공안전 전반에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안전등급은 평균 73.8로 세계평균 92.6은 물론 아시아평균 85.4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져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지난 97년 8월 괌에서 엄청난 참사를 낸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도 김포공항에서 여객기 활주로 이탈로 65명이 부상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국내선 20% 운항감축과 도쿄노선 주 2회 감편 등 중징계를 받고 있는 중에 포항사고를 냈다.
이처럼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문제발생 때마다 정부와 항공사가 내놓는 사과와 방지대책들이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정말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국제기준에 못미치는 공항시설, 조종사의 과로와 무리 등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원인에 대해 철저한 분석과 보완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조종사들이 자유롭게 위험사항을 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 차원에서 사고전문 예방기구를 상설화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번 포항사고에서 공포의 순간에 승객들이 보여준 침착한 태도나 비행기가 폭발하지 않도록 긴급 출동한 해군 화학대 처럼 안전의식의 저변은 넓게 뿌리내려 가고 있는데도 정작 책임있는 당사자들은 뒤처져 있다면 대형사고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여전히 허술한 항공안전 대책
입력 1999-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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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3-1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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